'게임체인저' 될 거라던 코로나 치료제..어쩌다 '빛 좋은 개살구' 됐나

수익성 줄고 임상 비용 부담에 포기 속출
백신 개발 무게 실리면서 치료제 관심 '뚝'
"백신과 별개로 치료제 개발 꾸준히 진행해야"

▲ 충북 청주에 있는 GC녹십자 오창공장에서 한 직원이 코로나19 혈장치료제 생산 공정을 살펴보고 있다. GC녹십자 제공
한때 코로나19 사태의 '게임체인저'로 기대를 모았던 국내 코로나19 치료제가 '빛 좋은 개살구'로 전락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백신 수급이 풀리고 개발에 따른 수익성이 떨어지자, 개발 자체를 포기하는 제약업체가 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코로나19가 토착화될 가능성에 대비해 치료제 확보 노력을 계속해야 한다고 조언하고 있다.

6일 업계에 따르면 GC녹십자는 혈장치료제 '지코비딕주'의 조건부 품목허가 신청을 4일 자진 취하했다. 식약처가 치료 효과를 확인할 수 있는 임상시험 결과를 추가 제출할 것을 권고했으나, 자체적으로 상용화를 포기한 것이다.

앞서 일양약품 등도 임상에서 유효성을 입증 못 한 점을 인정하고 개발을 포기했다. 공식화하지 않아도 이미 개발에 손을 뗀 곳이 적지 않다는 게 업계 분석이다.

최근 백신 수급이 풀리고 셀트리온의 '렉키로나주' 접종도 늘면서 수익성이 줄어든 것이 가장 큰 원인이다. 치료제의 필요성이 줄고 시장 규모가 쪼그라들면 투자한 자원을 회수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게 제약사들의 판단이다. 렉키로나주는 3일 0시 기준 78개 병원 4,174명 환자에게 투여됐다. 현재 진행 중인 3상에서 유효성이 입증되면 투여 대상군은 더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코로나19 확산 초기 치료제 개발에 집중됐던 정부 지원책이 백신으로 옮겨가는 분위기도 제약사들의 치료제 개발 포기를 부추기고 있다. 이미 정부로부터 연구비 520억 원을 지원받은 셀트리온과 달리, 치료제 개발 후발 주자로 나선 다른 제약·바이오사들은 막대한 임상 비용을 감당하기 어려워진다는 얘기다.

식약처의 조건부 품목허가 기준이 까다로워진 것도 원인으로 분석된다. 렉키로나주 심사 때는 치료제가 전무해 빠르게 허가가 이뤄졌지만, 1호 치료제가 사용되고 있는 상황에선 식약처가 더 꼼꼼하게 유효성 검증을 하고 있다는 게 업계 얘기다.

렉키로나주 이후 GC녹십자와 종근당이 조건부 품목허가를 신청했다가 연달아 고배를 마셨다. 상대적으로 국내 환자 수가 적어 해외 환자까지 끌어와 임상을 진행하는 등 임상환자 모집에 난항을 겪는 것도 부정적인 요소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백신과는 별개로 치료제 개발이 부단히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한다. 계절성 독감처럼 코로나19가 토착화될 가능성이 있는 만큼 백신과 병행해서 사용할 안전한 치료제를 확보해야 한다는 것이다.

엄중식 가천대 길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백신이 계속 좋은 효과를 낼지 알 수 없고, 변이 바이러스에 대한 백신을 개발해야 하는 상황이 생길 수 있다"며 "코로나19 사태의 여러 변수에 대응할 수 있도록 다양한 치료제를 갖춰 놓아야 한다"고 말했다.

대웅제약과 종근당 등 아직까지 치료제 개발을 진행중인 업체들도 있다. 대웅제약은 '호이스타정'의 임상 2b·3상을, 종근당은 '나파벨탄주'의 임상 3상을 진행 중이다. 이들 업체의 성과에 따라 치료제의 향후 시장성이 판가름 날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임상에서 유효성을 입증하지 못하거나 조건부 허가가 불발되면 실패로 간주하고 질타받으니 제약사 입장에선 부담이 크다"며 "치료제가 국내서 개발될 수 있도록 정부 지원이 계속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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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세인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