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통위서 인상 가능성 시사…통화완화 선그었던 지난달과 달라진 모습
1700조원 규모의 가계부채 리스크가 현실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처음으로 연내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을 언급한 것이다. 기준금리가 인상될 경우 시장금리가 연쇄적으로 오를 수 있기 때문에 부동산과 주식, 가상화폐 등 자산시장에 '빚투'에 나선 차주들의 상환 부담도 한층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27일 이 총재는 금융통화위원회 본회의 직후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한은이 올해 안에 금리 인상에 나설 수 있다는 점을 우회적으로 수차례 시사했다. "연내 인상 여부는 결국 경제 상황의 전개에 달려 있다"는 발언이 대표적이다. 금통위 내에서 금리 인상 시그널과 관련된 내용을 논의했다고도 밝혔다.
이 같은 언급은 지난달 "현재로선 통화정책 완화기조를 이어갈 필요가 있다"고 선을 그은 것과는 확연히 다르다. 코로나19에 따른 불확실성이 있는 만큼 이달에는 금리를 동결했지만, 가파르게 치솟는 가계부채 증가세를 감안할 때 예상보다 이른 시점에 금리 인상에 나설 수 있다는 취지로 풀이된다.
실제로 이 총재는 이날 "자산 가격 상승과 연계해서 위험추구 행태가 한층 강화됨에 따라 가계부채 증가세가 지속되는 측면이 있다"며 "가계부채 증가세가 더 지속된다면 그에 따른 부작용이 상당히 크고, 나중에 다시 조정하려면 더 큰 대가를 지불해야 된다"고 경고했다.
한은이 금리 인상을 단행할 경우 시중은행의 대출 금리 역시 영향을 받게 된다. 1분기 말 기준으로 역대 최대 규모인 1765조원을 기록하고 있는 가계부채의 부실화 가능성도 늘어날 수밖에 없다. 전체 가계부채 가운데 약 72%가 변동금리로 추산되기 때문에 시장금리가 오르면 차주가 내야 할 이자도 불어난다.
한은이 윤두현 국민의힘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개인 대출(주택담보대출·신용대출 등) 금리가 1% 포인트 오를 때마다 가계대출 이자는 총 11조8000억원이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자 부담이 늘어나면서 금융 부문으로 리스크가 전이될 가능성도 있다. 금융감독원이 집계한 은행권 연체율은 3월 말 기준으로 0.28%다. 통계 작성이 시작된 2007년 이래 최저 수준이지만, 실질적인 연체율은 이보다 높을 수 있다는 게 금융권의 전반적인 평가다. 정부의 대출 원금상환 만기 연장과 이자상환 유예 조치에 따라 이자 유예 부문이 '정상상환'으로 분류되고 있기 때문이다.
오는 9월 대출 만기 연장 및 이자 유예 조치의 종료에 이어 연내 금리 인상까지 잇따라 실시될 경우 대규모 부실이 일시에 일어날 수도 있다. 지난해 전 금융권을 통틀어 만기 연장 및 원금상환 유예 규모는 85조9706억원, 이자 납입 유예는 1096억원에 달한다.
이 총재 또한 이를 염두에 두고 있음을 밝혔다. 그는 "금리가 정상화되는 과정에서 가계의 상환 부담을 생각할 수밖에 없다"며 "경기 상황이 개선되면 가계소득도 늘어난다는 것을 전제로, 점진적으로 금리 정책을 조정한다면 가계 재무건전성에 미치는 영향도 최소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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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세인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