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의 금리인상 신호.. 가계빚-자산시장 과열에 '경고'

한은총재 금리인상 가능성 언급

▲ 文대통령 “확장재정 기조 유지해야” 문재인 대통령이 27일 청와대에서 ‘2021 국가재정전략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뒷줄 오른쪽부터 김부겸 국무총리,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청와대사진기자단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27일 적절한 시기에 기준금리를 인상할 가능성을 언급한 배경에는 경제의 빠른 회복세와 가계부채, 자산가격 상승에 대한 우려가 있다.


이 총재는 경기 상황에 따라 연내 기준금리가 인상될 수 있다는 메시지를 보내 향후 시장이 큰 충격을 받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이 총재는 이날 기준금리를 연 0.5%로 동결한 금융통화위원회 직후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금리 인상에 대해 “서두르지도 않아야겠지만 늦지도 않아야 하는 어려움에 처해 있다”며 “상황 변화에 맞춰 통화정책을 어떻게 질서 있게 조정할 것인지가 중요한 과제가 됐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시장에선 ‘발언의 톤이 달라졌다’는 평가가 나왔다. 이 총재는 올 4월까지만 해도 “완화적 정책 기조의 전환을 고려하기는 이르다”고 강조했기 때문이다.

이 총재가 이런 변화를 보인 건 경기가 빠르게 회복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은은 이날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3.0%에서 4.0%로 상향 조정했다. 석 달 만에 성장률 전망치를 기존보다 1.0%포인트나 높여 잡은 것이다.


한은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접종 속도가 빨라지면 올해 경제가 4.8% 성장할 수 있다고 봤다.


다만 이 총재는 이날 “경제 상황에 따른 회복은 충분히 감안하지만 코로나19 전개 상황에 따른 향후 경제 흐름을 더 봐야 한다”고 금리를 동결한 이유를 설명했다.

한은은 생활 물가가 오르는 점도 우려하고 있다. 한은은 올해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1.8%로 물가 안정 목표치인 2.0%에 근접할 것으로 내다봤다.


물가가 올해 하반기(7∼12월)까지 2% 내외로 움직인 뒤 내년에 기저 효과로 1%대 중반으로 내려갈 것으로 예측했다.


다만 한은이 물가를 판단하는 핵심 지표인 근원물가 상승률은 경기 개선 흐름을 타고 내년까지 상승세가 이어질 것으로 봤다.

한은이 코로나19 대응을 위해 저금리를 유지하며 가계부채가 급증하고 부동산, 주식, 가상화폐 등 자산 가격이 급등한 점도 부담이다.


이 총재는 “금융 불균형 누적을 방지하기 위해 가계부채 증가세를 억제할 필요가 있고 이걸 늦지 않게 대응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이 총재는 미국의 금리 인상 여부와 관계없이 선제적으로 금리를 올릴 수 있다는 뜻도 내비쳤다.


이 총재는 “미국의 통화정책은 국내 금융경제에 큰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요소지만 일대일로 매칭해서 통화정책을 운용하는 건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우리가 미뤘다가 미국이 할 때 따라가게 되면 그사이 금융 불균형이 확대되는 등 부작용이 있을 수 있다”고 말한 점도 선제적 인상 가능성에 힘을 싣는 대목이다.


시장에서는 기준금리 인상 시기가 앞당겨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글로벌 투자은행(IB) JP모건은 이날 금통위 결과를 두고 “금통위가 4분기(10∼12월)에 금리를 인상할 것으로 예상한다”며 “두 번째 금리 인상은 기존에 예상한 내년 4분기에서 3분기로 앞당겨질 것”이라고 예측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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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진영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