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트코인 폭락에 은행들도 ‘초비상’

암호화폐(가상화폐) 가격이 급락하면서, 은행들의 건전성 관리에도 경고등이 켜졌다. 앞서 폭증했던 신용대출 중 상당수가 가상화폐 시장으로 흘러갔을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이 경우, 가격 하락이 대출 부실을 유발하는 직접적인 촉매제로 작용할 수 있다. 은행들은 커진 변동성을 예의주시하며 경계감을 잔뜩 키우고 있다. 필요시 언제든 즉각 대응에 나서겠단 방침도 세웠다.

24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 등 4대 시중은행은 최근 여신 관리부서를 중심으로 일제히 가상화폐 관련 시나리오별 상황 분석에 착수했다. 지난 주말을 기점으로 가상화폐 가격의 빠른 급락세가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대장 격인 비트코인의 경우, 이날 오후 2시 15분 기준으로 3만5320달러 수준까지 저점을 낮췄다. 4월 중순 기록했던 최고가(6만5000달러)보다 45% 이상 급락한 가격이다. 나머지 알트코인들도 비트코인을 넘어서는 큰 낙폭을 유지하고 있다.

이는 은행의 개인 신용대출 채권 관리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요인이다. 작년 말부터 신용대출이 유례없는 폭증세를 이어가고 있는 만큼, 체감 영향은 더욱 커질 수 있다. 일례로 지난달 은행권 신용대출은 사상 최대치인 11조8000억원이 불어났는데, 이 중 10% 가량만 가상화폐에 흘러갔다고 가정해도 그 규모는 1조원을 훌쩍 넘어선다. 신용대출은 담보가 없는 대출인 만큼, 가치 급락에 따른 부실 발생 시 은행 건전성 악화에 큰 영향을 받을 수 있는 구조인 셈이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신용대출 중 어느 정도가 가상화폐 투자에 활용됐는지 구체적인 수치를 산출하긴 어렵지만, 최근의 급락세가 부정적인 상황인 건 맞다”며 “이에 여신 관리 섹션을 중심으로 다양한 시나리오별 대응 계획을 고민 중인 상황”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은행 관계자도 “(가상화폐) 가치 급락으로 대출자의 상환 능력이 떨어지면, 관련 리스크가 금융회사로 전염될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했다.

키움증권도 최근 발행한 리포트를 통해 가상자산의 급변동이 금융산업의 새로운 위험 요인으로 부상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서영수 키움증권 연구원은 “가상화폐는 단기 변동성이 높은 반면 시장 규모가 급팽창해 향후 시장 위축시 대규모의 피해가 예상된다”며 “이 중 대부분이 20~30대 중심으로 발생할 것으로 보여 개인뿐 아니라 여타 금융회사로 전염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업계에서 우려하는 최악의 상황은 지난 2018년 당시의 대폭락장이 재현되는 것이다. 당시와 비교했을 때 현재 시중에 풀린 유동성이 월등히 많은 만큼, 손실 규모는 급격히 커질 수 있다. 한은에 따르면, 3월 중 시중 통화량은 광의통화(M2) 기준 3313조1000억원(평잔·계정조정계열 기준)까지 늘었다. 전년 동월과 비교했을 때 11.0%나 증가한 수치다.

은행들은 이와는 별개로 집안 내부 단속에도 나섰다. 관련 사고를 최소화하기 위한 조치다. 국민은행은 최근 전 임직원에게 사적 이익을 위한 영리행위 금지 등을 당부했다. 가상화폐에 대해선 “손실 가능성이 크고, 해킹 위험 및 사고 발생 시 이용자에게 손실을 전가할 가능성이 크다”고 경고했다. 하나은행도 투기성이 큰 암호화폐 등에 대한 투자 자제를 수시로 요구하고 있다. 또 국민, 하나, 우리은행 등은 암호화폐 거래소 등의 실명 계좌 발급 등을 위한 검증작업에 참여하지 않기로 내부 의견을 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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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차영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