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과 대화에 빠진 바이든, 지각사태 속출
바이든 행정부 첫 맨얼굴·맨살 외교접촉
백악관 장문의 공동성명, 팩트시트 배포
이번 정상회담에서는 두 정상간의 이야기가 길어지면서 다음 식순이 예정보다 늦게 진행되는 일이 다반사로 일어났다.
이러다보니 의전을 담당하는 양측 수행원들이 발을 동동 구르는 일이 자주 목격됐다.
두 사람이 처음 만났을 때부터 그랬다. 첫 만남(private meeting)은 의례적인 인사를 하는 시간으로 당초에는 25분 정도만 할애됐었는데 16분이 초과됐다.
이 때문에 다음 순서로 예정됐던 한국전 참전용사에 대한 명예훈장 수여식도 그 만큼 순연됐다.
ABC는 22일(현지시간) 전날 단독회담을 앞둔 상황을 이렇게 전했다.
"양자회담에 앞서서 바이든 대통령은 문 대통령에게 워싱턴 방문에 대해 감사인사를 전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기자들에게 두 정상의 사적인 만남이 길어져 예정보다 늦었다고 설명했다."
ABC는 이어 바이든 대통령이 기자들에게 한 이야기를 직접화법으로 이렇게 전했다.
"참모들이 계속 나와서 '시간이 지났습니다. 시간이 지났어요'라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나는 문 대통령과의 만남이 너무 즐거워서 우리는 모든 것을 되돌렸어요. 나는 오늘 여기서 우리의 토론을 이어가기를 기대합니다. 새로운 도전 앞에 한미관계를 더욱 발전시키면서 우리는 서로 그 도전에 함께할 것입니다."
바이든 대통령이 이처럼 '예고'한 대로 당초 1시간 예정됐던 단독회담은 34분이 더 지나고야 끝났다.
백악관 풀 기자들(취재 환경의 이유로 대신 취재해 취재 내용을 공유해주는 기자들)의 취재에 따르면 이어진 확대 회담에 앞서서 바이든은 "문 대통령과 나와 우리 팀들은 공통의 의제를 논의하며 좋은 만남을 가졌다"고 기자들에게 말했다.
이렇게 논의가 상호 간의 이야기가 예정보다 길어지면서 이날 당초 오후 5시에 예정됐던 합동 기자회견은 56분이 더 지나고서야 열릴 수 있었다.
바이든 대통령은 한국전쟁 참전 용사 명예훈장 기념식에 참석한 문 대통령에게는 "친절하게도 직접 참석해 주시고 그 곳에서 모든 시간을 함께해주시고, 수상자를 축하해주셨다"고 특히 고마워했다.
미국측의 환대는 기존의 코로나 인사법에서 벗어난 인사에서도 엿볼 수 있다
바이든 대통령,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을 막론하고 미국 정부는 그 동안에는 마스크를 낀 채 외교 사절을 대했었다.
ABC는 이날 "해리스 부통령이 문 대통령을 부통령 집무실에서 먼저 영접했는데 바이든 행정부에서 외국 대표와 만남에서 처음으로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았다"며 "두 사람은 손을 잡고 악수를 하기도 했다"고 전했다.
문 대통령과 바이든 대통령이 백악관에서 처음 만났을 때도 '부자유스럽게' 오래 손을 잡는 모습이 연출됐다.
미국의 악수는 통상 2초 안팎에 많게는 세차례 흔드는 것이 관례지만 이날 두 사람은 과도하게 오래 손을 붙드는 한국식 악수로 인사를 나눴다.
이날 모든 정상회담을 마치고 나온 공동성명에도 만남의 분위기와 회담의 길이가 그대로 반영됐다.
백악관은 이날 늦게 A4 용지 4페이지에 이르는 정상회담 공동성명과 공동성명의 배경을 설명하는 장문의 '팩트시트(Fact Sheet)'를 언론에게 배포했다.
공동성명은 우선 북핵 문제에 있어서 남북한간 관여와 협력에 대한 미국측의 지원을 담은 한반도 관련 내용, 우리나라의 미사일 개발에 대한 미국측 지침 종료 선언을 담고 있다.
또 △백신협력 △해외 원전시장 공동 진출 △반도체·전기차·배터리 분야의 호혜적 협력 △5G·바이오·우주탐사 등 미래 성장 동력 협력 △기후 변화 등 글로벌 도전 공동 대응 등 기존의 동맹을 안보동맹에서 경제동맹으로 확대 발전시키기 위한 여러 방대한 조치들을 세세히 담고 있다.
그 만큼 양국 정상 간에 할 이야기가 많았다는 방증이다.
뉴욕타임스는 이번 정상회담을 계기로 한국기업들이 약속한 배터리와 반도체 투자에 대해 "중국과의 경쟁이 치열해지는 가운데 양국 사이의 기술 동맹을 심화시키기 위한 방안"이라고 평가했다.
ABC는 이번 정상회담 총평으로 "이번 주 중동 지역에서의 갈등에도 불구하고, 바이든 대통령은 취임 후 두 번째 외국 지도자와 직접 만나기 위해 백악관으로 문 대통령을 초청했다"며 바이든 대통령이 아시아로 대외정책의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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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차영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