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정상회담 앞두고 조용한 北...애민정신 강조 내치 집중

2일 담화 이후 추가 행동 없는 북한...회담 계기 추가 도발 가능성도

문재인 대통령이 20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첫 정상회담을 위한 공식 일정에 들어간 가운데 북한은 별다른 동향을 보이지 않고 있다.

이날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과 조선중앙통신 등에 따르면 애민정신을 강조하는 등 내치에 집중하는 모습이다. 이달 초 한국과 미국을 향해 적대적 메시지를 보냈던 북한이 한·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숨고르기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조선중앙통신은 이날 지난 19일 진행된 지방 거점형 대형병원 개소 소식을 전했다. 매체는 "함경남도 인민병원이 인민들이 건강 증진을 위한 종합적인 의료봉사기지로 새롭게 변모됐다"고 밝혔다. 개원식에는 리정남 함경남도 당위원회 책임비서와 김영식 도인민위원장, 정덕영 도인민병원장 등이 참석했다. 매체는 화상 장비가 갖춰진 현대적인 수술실과 진료실, 치료실 등을 집중 보도했다.

노동신문도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과거 평성가방공장 방문 당시 아이들용 책가방에 '소나무'라는 이름을 붙인 일화를 보도해며 애민사상을 부각했다. 신문은 "우리 아이들에게 필요한 모든 것은 우리가 만들어 안겨주어야 그들이 자기 것을 귀중히 여기는 참된 애국의 마음이 생긴다"라고 밝혔다.

북한의 선전매체 '우리민족끼리'도 '절세위인의 위민헌신의 여정'이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인민대중제일주의를 치켜세웠다. 매체는 김 위원장의 금산포 젓갈가공공장, 류경안과종합병원, 보건산소공장, 삼지연시 등 민생을 살피기 위해 나섰던 현지지도를 보도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보건의 중요성이 한층 커진 가운데 내부 불안을 잠재우고 애민정신을 강조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북한은 지난해 수해, 북·중 무역 급감 등으로 주민들의 생존 불안이 심화된 상황이다.

북한이 내부 불안을 잠재우기 위해 군사적 긴장을 고조시킬 가능성도 제기된다. 이번 주 당장 한국 시간으로 22일 새벽 열리는 한·미정상회담이나 오는 8월 한·미연합훈련 등을 계기로 군사적 도발을 강행할 가능성이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특히 한·미정상회담에서 공개되는 미국의 새 대북정책에 대한 진정성을 시험해보기 위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이나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시험발사 등을 시도할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 북한은 버락 오바마 미 행정부 출범 첫해였던 2009년 4월 ICBM 장거리 로켓 ‘은하2호’를 발사했고, 같은 해 5월엔 제2차 핵실험을 실시했다.

이호령 한국국방연구원 연구위원은 지난 18일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가 그랜드 워커힐 서울 아트홀에서 개최된 '북한의 변화 어떻게 볼 것인가' 토론회에서 "올해 상반기부터 8월 한·미연합훈련, 또는 8월 한·미연합훈련 이후부터 내년 상반기 한국 대선 등 두 국면에서 북한은 위기 강도를 점차 증대시킬 수 있다"고 내다봤다.

박영자 통일연구원 연구위원은 "북한 당국은 그 책임을 미국의 대북제재 지속과 한국의 약속 불이행 등으로 돌려 대외적 긴장을 고조시켜 내부 불안을 잠재워야 할 필요성이 있다"며 "파국 국면을 조성할 수 있는 추가 핵실험 가능성은 상대적으로 낮지만, 김정은이 주력하는 첨단전략무기 발전 과정에서 신형 무기 실험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한편 ​문 대통령은 19일 오후(현지시간) 워싱턴DC 인근 앤드루스 공군기지에 도착했다. 문 대통령이 한미 정상회담을 위해 워싱턴DC를 찾은 것은 취임 후 이번이 네 번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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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세인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