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지분, 3남매가 똑같이 나눠가졌다

이건희 회장 지분 상속

▲ 이건희 회장 지분 어떻게 상속했나
고(故) 이건희 회장이 보유했던 삼성 계열사 주식 중 핵심인 삼성전자 지분은 법정 상속 비율(3:2:2:2)대로 부인 홍라희 전 리움미술관 관장과 자녀인 이재용·이부진·이서현 남매가 상속받았다. 대신 삼성생명 지분은 이재용 부회장이 절반을 상속받고, 나머지 절반은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이 33.3%, 이서현 삼성복지재단 이사장이 16.6%씩 나눠 가졌다. 홍 전 관장은 상속을 포기했다.

그룹 핵심인 전자와 생명의 지분을 다른 방식으로 나눈 것은 이 부회장의 경영권 안정과 가족 간 화합이라는 두 가지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방안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한 재계 인사는 “이미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삼성그룹 총수로 지정받은 이 부회장 중심의 기존 삼성그룹 경영 체제는 안정적으로 유지하면서, 가족 간 갈등이 최대한 표출되지 않는 선에서 재산 분할을 마무리한 것”이라고 풀이했다.

◇이재용, 삼성생명 개인 최대 주주로

삼성그룹의 지배 구조는 ‘삼성물산→삼성생명→삼성전자’로 간단하게 요약할 수 있다. 그룹 매출과 시가총액의 70%를 차지하는 핵심 계열사 삼성전자를 어떻게 지배하느냐가 관건이다.

이 부회장은 삼성물산 지분을 17.48% 확보해 이미 개인 최대 주주였다. 하지만 삼성생명 지분은 0.06%에 불과했다. 삼성생명 상속 비율을 이재용·이부진·이서현 3남매가 3대2대1로 나눔에 따라 이 부회장은 삼성생명 개인 최대 주주로 올라섰다. 삼성 소식에 정통한 관계자는 “이번 상속으로 이재용→물산→생명→전자로 이어지는 삼성그룹 연결 고리가 더욱 강화됐다”며 “홍 전 관장을 비롯한 가족들이 이 부회장의 경영을 돕기 위해 삼성생명 지분에 대해 큰 양보를 했다”고 말했다.

삼성그룹 지배 구조의 또 다른 축인 삼성물산은 법정 상속 비율대로 상속이 이뤄졌다. 이건희 회장 지분이 원래 적었던 데다, 이 부회장이 상당한 지분을 갖고 있기 때문에 법정 상속 비율로 나눠도 경영권에 별 영향이 없는 점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이번 상속으로 장녀 이부진 사장의 그룹 영향력은 높아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이 사장은 삼성생명의 개인 2대 주주 자리에 올랐다. 삼성복지재단 이사장과 리움미술관 운영위원으로 활동 중인 이서현 이사장은 생명 지분을 일부 양보하는 대신 미술품 등에서 다른 유족들보다 더 많은 지분을 확보한 것 아니냐는 관측이 있다.

◇재산은 법정 상속 비율대로 배분

이번 지분 상속에는 ‘경영권은 이재용 부회장에게, 재산은 균등 분할’ 원칙이 적용됐다. 삼성전자뿐 아니라 물산·SDS 등 경영권에 큰 영향을 끼치지 않는 주식들에 대해서는 법정 상속 비율로 나눠 가족 간의 재산권을 최대한 인정했다.


특히 이부진·이서현 자매의 경우 삼성전자 주식이 전무했기 때문에 그동안 배당소득이 미미했다. 이번에 전자 지분을 확보해 상속세 재원 마련에 대비했다는 분석도 있다. 삼성전자 대신 다른 계열사 주식을 더 많이 받을 수도 있지만, 그럴 경우 배당금이 많은 삼성전자와 비교하면 불리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가족 간 불화와 상속 소송이라는 불씨를 없애기 위한 최선책이라는 해석도 있다. 이건희 회장은 생전에 유언장을 남기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유족 중 한 명이라도 이의를 제기하면, ‘세기의 상속 소송’이 발생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가 없는 상황이었다. 상속세 부담을 줄이기 위해 재단에 주식을 증여하는 방법도 있었지만, 유족들은 지분 전체를 상속받는 ‘정공법’을 택했다.

삼성전자 개인 최대 주주로 등극한 홍 전 관장이 앞으로 본인의 지분을 어떻게 활용할 것인지에 대해서도 관심이 쏠린다. 재계 관계자는 “홍 전 관장이 이 지분을 활용해 가족 간에 혹시 있을지 모를 갈등을 조정하고, 경영에서도 막후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한편, 유족들은 이날 이건희 회장이 유일하게 보유하고 있던 비상장주인 ‘삼성 라이온즈’ 주식 5000주(2.5%)를 삼성 라이온즈의 연고지인 대구광역시에 기부했다.

<저작권자 ⓒ 매일한국,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문차영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