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경식 회장 등 "韓 반도체 위기" 호소
종교계 등 잇단 청원에도 靑선 일축
재계에서 문재인 대통령에게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사면을 공식 요청했다. 미·중 반도체 패권 다툼에서 세계 1위 삼성의 역할과 결단이 중대한 시점에 총수의 복귀가 시급하다는 호소였지만 청와대는 “현재로서는 계획이 없다”고 답했다.
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 등 5개 경제단체장은 “지난 26일 오후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사면 건의서’를 청와대 소관 부서에 제출했다”고 27일 밝혔다.
건의서에 서명한 5개 단체장은 손 회장을 비롯해 최태원 대한상공회의소 회장, 김기문 중소기업중앙회 회장, 구자열 한국무역협회 회장, 강호갑 한국중견기업연합회 회장이다.
이들은 건의서에서 “우리나라 반도체 산업 역시 새로운 위기와 도전적 상황에 직면해 있다”며 “점점 치열해지는 반도체 산업 경쟁 속에서 경영을 진두지휘해야 할 총수의 부재로 과감한 투자와 결단이 늦어진다면 그동안 쌓아 올린 세계 1위의 지위를 하루아침에 잃을 수도 있다”고 우려를 드러냈다.
이어 “코로나19 사태로 비대면 경제가 활성화되고 전 산업 분야에서 디지털화가 가속화되고 있어 핵심 부품인 반도체의 중요성이 더욱 커지고 있다”며 “미국은 조 바이든 대통령이 선두에 나서서 대규모 반도체 투자를 지원하고 있으며 주요 경쟁국들 또한 투자를 강력히 추진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들은 “지금은 그 어느 때보다 정부와 기업이 손을 잡고 글로벌 경쟁력을 갖춰 산업의 주도권을 갖기 위해 함께 나아가야 할 중요한 시기”라며 “이를 위한 과감한 사업적 판단을 위해서는 기업 총수의 역할이 그 어느 때보다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기업의 본분이 투자와 고용 창출로 국가경제 발전에 기여하는 데 있다고 본다면 이 부회장이 하루빨리 경제의 회복과 도약을 위해 우리 반도체 산업을 지키고 국가와 국민에게 헌신할 수 있도록 화합과 포용의 결단을 내려달라”고 거듭 요청했다.
5개 단체 외에 광주전남 8개 경제단체와 대구상공회의소와 경북 10개 상의로 구성한 경북상공회의소협의회도 이날 사면을 건의했다. 전날까지 성균관과 불교계 등 종교계에서도 사면 청원이 답지했다.
하지만 청와대는 “(사면을) 검토하고 있지 않다”는 입장을 내놨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이 부회장의 사면 건의와 관련해 현재까지는 검토한 바 없으며, 현재로서는 검토할 계획이 없다”고 말했다.
앞서 청와대 안팎에선 이 부회장 사면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됐다. 이 부회장은 뇌물을 건넨 혐의로 수감 중이다. 문 대통령은 후보시절 뇌물·횡령 등 중대범죄에 대해서는 사면권을 제한하겠다고 공약했다.
홍남기 경제부총리는 이날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 부회장 사면 건의에 대해 “사면 문제는 제가 판단할 사안도 아닌 것 같아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을 비롯한 건의 내용을 관련된 곳에 전달했다”며 “대통령의 고유 권한”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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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차영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