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민금융연구원 설문조사
불법사금융을 이용한 4명 중 3명은 불법인 줄 알면서 돈을 빌렸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서민금융연구원은 최근 3년 안에 대부업이나 불법사금융을 이용한 적 있는 저신용자 1만787명과 대부업체 187개사를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결과를 18일 발표했다.
설문에 응한 저신용자 중 대부업체만 이용한 사람은 87.1%였다. 12.9%는 대부업과 불법사금융을 모두 이용했다.
대부업을 이용한 사람의 44.9%는 '금융기관에서 빌릴 수 없어서', 16.6%는 '빨리 대출해 주기에' 대부업체 대출을 받았다고 답했다. '어디서 돈을 빌려야 할지 모르는 상황에서 광고나 전화·문자 등을 보고' 빌렸다는 사람도 14.6% 있었다.
자금 용도는 '주거관리비 등 기초생활비'가 42.1%로 가장 많았고 '부채 돌려막기'는 26.8%였다.
저신용자 응답자의 65.2%는 대부업체에서 대출을 거절당한 경험이 있다고 밝혔다.
대부업체에서 대출이 거절된 이후 51.7%는 결국 자금을 마련하지 못했다고 답했다. 자금을 마련한 나머지 응답자의 35.8%는 '부모·형제·지인의 도움으로 해결'했다고 답했고 '정책 서민금융을 이용'했다는 응답은 13.3%였다.
불법사금융을 이용한 응답자의 69.9%는 법정 최고금리인 연 24%를 넘는 이자를 부담하고 있었다.
불법사금융 이용자의 73.5%는 불법사금융이라는 것을 알고도 빌렸다고 답했다.
대부업 공급자 설문 결과를 보면 2018년 법정 최고 금리가 연 27.9%에서 연 24%로 인하된 이후 월평균 신규대출 승인율이 감소했다고 답한 업체가 79.1%에 달했다.
이들에게 승인율이 감소한 이유를 물었더니 '수익성 악화에 따른 리스크관리'라고 답한 업체가 49.1%로 가장 많았다. '채무자의 상환능력 감소'(27.7%), '향후 추가금리 인하 시 소급적용 우려'(12.5%)가 뒤를 이었다.
기존 고객의 대출을 갱신 거부한 비중도 '증가했다'는 대부업체가 절반(49.2%)을 차지했다.
대부업체의 37.4%가 흑자 폭이 줄어들고 있다고 밝혔다. '순수익이 전혀 없는 상태'는 13.9%, '이미 적자를 시현하고 있다'는 업체는 20.9%였다. 26.2%는 '적자 폭이 확대되고 있다'고 했다.
서민금융연구원이 NICE평가정보 자료, 저신용자 설문 등을 토대로 계산했을 때 작년 한 해 동안 8만∼12만명이 불법사금융으로 이동한 것으로 추정했다. 이는 전년 이동 추정치(8만9천∼13만명)보다 1만명가량 줄어든 규모다.
그러나 조성목 서민금융연구원장은 "코로나19 사태로 정부가 대규모 추가경정예산을 편성해 확장적 재정정책을 쓰고 135조원에 달하는 금융지원 정책을 시행한 것을 고려하면 불법사금융 이동 규모가 전년에 비해 늘어나지 않았다고 평가할 수는 없다"고 지적했다.
조 원장은 "대부업계가 불법사금융으로 넘어가는 저신용자를 흡수할 수 있게 최고이자율 규제를 획일적으로 하는 대신 금액, 대출 기간, 상품 성격 등에 따라 유연하게 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설문은 작년 11월 9일부터 12월 8일까지 이메일로 이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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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세인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