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이 뉴욕증시에 상장하면서 불거진 '복수의결권' 도입 논의는 정부·여당이 주장해온 '1주당 10개 의결권'으로 결론이 날 것으로 관측된다. 4월 13일 국회가 주관하는 복수의결권 관련 공청회가 열리지만, 사실상 요식행위에 불과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그간 복수의결권 허용 여부를 놓고 각계 의견이 크게 엇갈렸다. 정부·여당 측은 허용에 찬성하면서도 의결권 수는 제한하자는 입장이었고, 국민의힘 등 야당은 의결권 수에 제한을 두지 말자고 지적해 왔다. 시민단체와 정의당 등 범야권 측은 허용 자체에 부정적이었다.
30일 국회·시민단체 등에 따르면 다음달 13일로 예정된 복수의결권 찬반 공청회는 사실상 구색 맞추기로 끝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전해졌다. 공청회에서 의원들의 질의를 받는 진술인들의 숫자나 성향이 정부·여당 측에 유리하게 정해져 있다는 것이다.
복수의결권 도입 논의는 지난 2월께 국내 대표 유통업체 '쿠팡'이 미국 뉴욕증시에 상장할 의사를 밝히면서 불거졌다. 현행 상법에 따르면 한국은 1주당 1의결권을 기본으로 하고 이는 창업주에게도 예외가 없는데, 이 때문에 투자유치 때 경영권을 지키기 어려워진 스타트업이 해외로 유출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커졌다.
이어 한국도 주당 복수의결권이 가능하도록 '벤처기업 육성에 관한 특별조치법'을 바꿔야 한다는 정부·여당 측 목소리와, 복수의결권 허용은 재벌 세습을 고착화할 뿐이라는 시민단체 측 의견이 치열하게 맞섰다.
한 시민단체 관계자는 "진술인은 총 다섯 명으로 찬성 측이 셋, 반대 측이 둘이다. 당초에는 총 넷으로 하고 모두 찬성 측으로 하자거나, 넷 중 한 명만 반대 측으로 하자는 식이었다"며 "양측을 동수로 맞추지도 않고 어떻게 찬반 의견을 나누겠다는 것인지 의문이다. 진술인 숫자를 홀수로 하는 것 자체가 굉장히 이례적인 일"이라고 지적했다.
실제로 오는 13일 참석이 예정된 다섯 명의 진술인 중 복수의결권 도입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가진 인사는 박상인 서울대 교수(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재벌개혁본부장), 김우찬 경제개혁연대 소장(고려대 경영학과 교수) 등 두 명뿐이다.
큰 틀에선 정부·여당 안에 동의하면서도 각론에 있어 차이를 보이는 야당 역시 주장을 관철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정부·여당은 복수의결권 남용을 막기 위해 주당 의결권 수를 제한하는 등 안전장치를 마련해야 한다는 입장인 반면, 야당 측은 전면적 허용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앞서 주당 의결권 수를 제한하지 않고 복수의결권을 허용해야 한다는 취지의 법안을 대표발의한 이영 국민의힘 의원은 '공청회가 열리는데, 참석할 계획이 있느냐'는 질의에 "솔직한 말로, (공청회 이야기는) 처음 듣는다. 여당 중심으로 논의가 이뤄질 때, 야당에는 연락을 주지 않는다"며 "가급적 참석해 목소리를 높이도록 하겠다"고 했다.
한편 다가오는 서울시장 보궐선거는 분수령이 될 수 있다는 관측이다. 한 시민단체 관계자는 "여당이 이긴다면 (법안을) 밀어붙일 것이고, 그렇지 못하면 정치적 계산에 따라 변화가 있을 수도 있다"며 "현재로서는 강행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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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세인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