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트코인이 18일 역대 최고가 기록을 갈아치우며 개당 5만2000달러(약 5761만원)를 넘어섰다. 시가총액은 1조 달러(약 1108조원)에 근접했다. 전 세계의 주요 자산 중 시가총액 8위에 올랐다.
미국 가상자산(암호화폐) 시황 중계사이트 코인마켓캡에 따르면 비트코인은 18일 오전 개당 최고 5만2533달러(약 5820만원)에 거래됐다. 국내 가상자산 거래소에서도 비트코인 가격은 사상 최고치를 나타냈다. 비트코인은 이날 오전 한 때 빗썸에서 5805만원, 업비트에서 5812만원을 각각 찍었다.
전세계 모든 자산의 시가총액 등을 집계하는 사이트 컴퍼니스마켓캡에 따르면 비트코인의 시가총액은 이날 오후 4시 기준 9676억달러(개당 5만1909달러)다. 8위다. 시총 1위는 금으로 11조3170억달러다. 압도적 1위다. 이어 미국 애플(2조1970억달러), 사우디 아람코(2조370억달러), 미국 마이크로소프트(1조8420억달러), 미국 아마존(1조6660억달러) 등의 순서다.
6위는 은으로 1조4890억달러, 7위는 미국 구글의 모회사인 알파벳으로 1조4310억달러 규모다. 중국 텐센트(9326억달러)와 미국 페이스북(7790억달러) 등이 순위표에서 비트코인 아래 위치한다. 테슬라와 알리바바, 삼성 등 세계 굴지의 기업들의 시총도 비트코인에 못 미친다.
가파른 상승세가 이어질 경우 시총 세계 6위인 은을 따라잡을 가능성도 있다. 불과 한 달 전만 해도 5400억달러 수준이었던 비트코인 시총이 1조 달러를 넘보는 수준까지 왔고 이같은 추세라면 은의 시총인 1조4890억달러를 따라잡는데도 시간 문제라는 전망이 나온다.
은은 금과 함께 전통적 안전자산으로 꼽힌다. ‘안정성’과 ‘신뢰성’ 문제를 지적받아온 비트코인 시총이 은을 넘어서는 ‘사건’은 비트코인에 대한 시장의 평가가 확연히 달라지는 계기가 될 수 있다. 또 시총 규모가 커질수록 여러 위험에 대처하기 수월해진다.
최근 비트코인 급등세는 2017년 말 비트코인 열풍 때와 비교된다. 그 당시에도 안정성과 신뢰성 문제가 불거지면서 회의론이 나왔고 가격은 다시 떨어졌지만 그때와 지금이 다른 점은 여러 기관투자자들과 기업들이 비트코인의 손을 들어주고 있다는 점이다.
예컨대 미국 월가의 큰손으로 꼽히는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 블랙록이 비트코인 투자에 뛰어들었다. 릭 라이더 블랙록 최고투자책임자(CIO)는 최근 CNBC에 출연해 “사람들은 인플레이션이 상승하고 부채가 증가하는 가정 아래 가치 저장소를 찾고 있다”며 블랙록이 비트코인에 투자하기 시작했다고 했다.
블랙록은 운용중인 펀드 두개에 비트코인 선물 상품을 지난달 추가했다. 라이더 CIO는 “역사적으로 볼 때 우리는 현재 너무 많은 현금을 보유하고 있다”며 “보유중인 현금 중 일부를 가상자산으로 보유하는 건 타당해 보인다”고 말했다. 이밖에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는 지난주 비트코인 15억 달러어치를 매입했다. 카드결체 업체인 마스터카드도 결제시스템에 암호화폐를 일부 포함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각국 정부도 가상자산을 인정하는 분위기다. 미국 플로리다주 마이애미시는 현재 법정통화인 달러뿐 아니라 비트코인으로도 세금을 받겠다고 지난주 발표했다. 비트코인이 미국 내에서 처음으로 납세의 수단으로 인정된 것이다. 캐나다 증권당국은 비트코인 ETF(상장지수펀드)를 승인했다.
다만 비트코인이 역사상 최고의 버블이라는 우려도 여전히 존재한다. 특히 변동성이 문제로 지적된다. 급격히 오른 만큼 급격히 떨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미국 투자주간지 배런스는 “비트코인의 최근 상승세가 말이 안 된다”고 평가했다. 투자은행 JP모건도 이날 보고서에서 “현재 가격은 지속가능하지 않아 보인다”고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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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진영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