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열 "증시 버블 판단 어렵지만
주가 상승 빨라 가격 조정에 유의"
기관 매도세 코스피 2% 넘게 급락
금통위, 기준금리 연 0.5% 다시 동결
"재난지원금 선별 지원 적절" 의견도
주가가 최근 수일째 하락세를 보이는 가운데, 이주열(사진) 한국은행 총재가 과도하게 빚을 내 투자하는 ‘빚투’에 대해 경고의 목소리를 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보급에 대한 국제 금융시장의 기대감과 반도체 등 정보기술(IT) 부문을 중심으로 한 수출 호조로 위험자산에 대한 선호가 강화되고 있지만, 아직 경기 불확실성은 여전하다는 게 한국은행의 분석이다. 한국은행은 국내경제가 안정적인 회복세를 보일 때까지 완화적 통화정책 기조를 유지해 가기로 정하고, 기준금리를 다시 한번 동결했다.
이주열 총재는 15일 기준금리 동결을 결정한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의 회의 후 가진 온라인 기자간담회에서 “‘빚투’라는 표현을 쓰는데, 과도한 레버리지에 기반한 투자 확대는 혹시라도 예상치 못한 쇼크로 인해, 가격 조정이 있을 경우 투자자가 상당히 감내하기 어려울 정도의 손실을 유발할 수 있어 상당히 유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올해 초 코스피가 3000선을 돌파한 후 개인투자자들이 대거 주식시장에 뛰어들면서, 시장 과열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주식과 부동산 투자 열기 속에 지난해 은행 가계 대출은 사상 처음으로 100조원 이상 늘어났고, 올해 들어 15일까지 주식시장에 추가로 들어간 자금은 16조원이 넘는다.
이날 한국갤럽은 국민 10명 중 3명이 주식 투자를 하고 있다는 여론조사 결과를 내놨다. 여론조사에 따르면 18세 이상 1000명 중 29%가 펀드를 제외한 주식 투자를 하고 있다. 지난해 8월보다 8%포인트 증가한 수치다.
이 총재는 “최근 코스피 급등을 버블(거품)이냐 아니냐 판단하기는 어렵다”면서도 “여러 가지 지표를 보면 최근의 (주가 상승) 속도가 과거에 비해 대단히 빠르다”고 언급했다.
금통위는 이날 수출 호조로 국내경제가 완만한 회복세를 나타내고 있지만, 코로나19 전개 상황에 따라 경기 흐름의 불확실성이 여전히 높다는 점을 고려해 전원 일치 의견으로 현재 연 0.5%인 기준금리를 유지하기로 결정했다.
이 총재는 미국에서 테이퍼링(채권매입 축소) 논의가 뜨거운 가운데 올해 출구전략을 꺼내들 가능성을 묻는 말에는 ‘시기상조’라고 선을 그었다.
이날 코스피는 2% 넘게 급락하면서 장중 3100선 아래로 후퇴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피는 전 거래일보다 64.03포인트(2.03%) 하락한 3085.90에 거래를 마쳤다. 유가증권시장에서 개인투자자는 2조577억원어치 주식을 사들였고, 외국인과 기관은 각각 7186억원, 1조3757억원을 순매도했다. 특히 기관은 이날까지 6거래일 연속 순매도세를 이어가며 총 9조8000억원가량의 주식을 처분했다. 한편 이 총재는 정치권을 중심으로 한 코로나19 재난지원금 지급 방식 논란에 대해 “현 상황에서 선별 지원이 더 적절하다고 본다”는 의견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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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차영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