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시장 과열 '천태만상'
자녀 3명 남자와 혼인신고 40대
당첨 직후 이혼.. 주소 옮겼다 덜미
혼자 살면서 부양가족 올리기도
위장전입·통장불법거래 많아
수도권에 사는 40대 여성 A씨는 작년 4월에 아파트 청약에 당첨됐다. A씨는 원래 자녀가 2명 있었는데, 입주자모집 공고가 나기 직전에 자녀 3명을 둔 B씨와 혼인신고를 한 덕분에 청약 가점의 부양가족 수 항목에서 최고점을 받았다. 당첨 직후에는 A씨와 B씨는 이혼하고, B씨와 그 자녀들은 원 주소지로 다시 이전했다.
청약 당첨률을 높이기 위해 위장결혼을 한 것이다. 국토교통부는 현장조사에서 전용면적 49㎡의 아주 작은 주택에 A씨와 B씨의 자녀는 물론, A씨 과거 동거남까지 8명이 함께 주민등록이 돼 있는 ‘막장 드라마’ 같은 상황을 수상히 여기고 A씨와 B씨를 주택법 위반 혐의 등으로 수사 의뢰했다.
서울에 사는 30대 미혼남 C씨는 지난해 가점제 방식의 일반 분양에서 85㎡ 아파트 청약 당첨에 성공했다. 혼자 살고 있으면서도 부양가족이 6명이나 되는 것으로 허위 기재했는데도, 분양사가 일부러 서류 검증절차를 거치지 않았기 때문이다. 해당 분양사는 C씨와 같은 방식으로 총 11명을 부정 당첨시키고 이들을 부양가족 수 확인이 필요하지 않은 추첨제 당첨자로 명단을 관리하면서 분양계약을 체결한 것으로 드러났다.
주택 시장이 과열되면서 아파트 청약에 당첨되기 위해 위장전입이나 위장결혼, 위장이혼까지 하는 사례가 무더기로 적발됐다. 국토부는 지난해 상반기 분양 주택 단지를 대상으로 부정청약 현장점검을 벌인 결과, 위장결혼·이혼과 위장전입, 청약통장 매매, 청약자격 양도 등 부정청약 의심사례 197건과 사업주체의 불법공급 의심사례 3건을 적발해 경찰에 수사의뢰했다고 4일 밝혔다.
적발된 197건의 부정청약은 유형별로 위장전입 134건, 청약통장 매매 35건, 청약자격 양도 21건과 위장결혼 및 이혼 7건이다. A씨의 사례는 부양가족 수를 늘리기 위해 위장결혼을 한 경우지만, 신혼부부 특별공급에 이미 당첨된 전력이 있어 새로 아파트 청약을 신청하지 못하게 되자, 청약 자격을 얻기 위해 허위로 이혼 서류를 꾸민 부부도 적발됐다.
가장 흔한 적발 사례는 위장전입이다. 지방에 거주하는 한 국가유공자 유족은 입주자모집 공고일 직전 수도권의 고시원에 전입한 후 국가유공자 특공에 당첨되고 분양계약을 맺은 후 원래 집으로 주소를 이전했다가 덜미를 잡혔다.
청약통장을 불법으로 거래하는 사례도 꾸준히 확인되고 있다. 지방에서 가족 6명과 같이 거주하는 40대 D씨는 수도권에 사는 E씨의 주소지로 전입해 가점제로 아파트에 당첨됐다. 국토부는 E씨가 D씨를 대리해 모든 청약 절차를 진행한 점, 서로 친족 관계가 아닌데도 친족인 것으로 서류를 허위 기재한 점 등을 토대로 E씨가 집을 청약받기 위해 D씨의 청약통장을 산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부정청약으로 적발되면, 수사결과에 따라 3년 이하의 징역형 또는 3000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해진다. 부정청약으로 얻은 이익이 1000만원을 초과하게 되면, 최대 그 이익의 3배까지 벌금을 물릴 수도 있다. 당연히 불법으로 당첨된 주택공급 계약은 취소되고, 향후 10년간 다른 청약 신청 자격도 박탈된다.
국토부는 앞으로 청약시장에 대한 모니터링을 한층 강화해 불법이 의심되는 단지에 대해서는 즉시 현장점검에 착수하는 등 공급질서 교란행위를 철저히 근절한다는 방침이다. 아울러 전국 지방자치단체에 부정청약 등에 대한 강력한 단속과 함께 사업주체에 대한 지도·감독 강화를 요청했다.
한성수 국토부 주택기금과장은 “주택시장의 건전성을 위협하고, 내 집 마련이 절실한 무주택 실수요자의 기회를 축소시키는 부정청약 행위에 대해 적극적이고 상시적인 단속활동을 통해 엄단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저작권자 ⓒ 매일한국,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문차영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