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모리반도체 中수출 비중, 12년만에 40%선 무너졌다

中, 반도체 자립 가속… 한국 위협

한국 최대 수출 품목인 메모리 반도체 수출에서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이 12년 만에 처음으로 40% 아래로 주저앉았다. 3분기(7∼9월) 수출이 전 분기보다 0.4% 감소하면서 경제성장률이 0.1%에 그치는 쇼크를 겪었는데, 대중(對中) 반도체 수출 비중이 줄어든 것이 주요 원인 중 하나로 꼽힌다. 과거처럼 대중 메모리 반도체 수출이 활발하게 일어났다면 3분기 수출 감소 폭이 줄어들었을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27일 한국무역협회의 수출입 통계를 분석한 결과 올 1∼9월 중국이 한국 메모리 수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37.9%로 나타났다. 5월까지는 40%대를 지키다 6월 39%로 내려앉은 뒤 계속 감소하는 추세다. 2022년과 2023년 비중은 각각 51.4%, 44.7%였다.


지난 10여 년간 중국 비중은 시장이 좋을 땐 50%대를 기록했고 못해도 40% 밑으로 떨어지지 않았다. 직전 30%대를 기록한 때는 반도체 불황기였던 2012년으로 37.7%였다


중국 경기 둔화가 장기화되고 레거시(구형) 반도체를 중국이 직접 만드는 자립 정책이 힘을 받은 결과로 분석된다. 전병서 중국경제금융연구소 소장은 “중국이 갈수록 레거시 반도체 생산을 늘리며 한국 반도체에 대해 도전할 것”이라며 “결국 고대역폭메모리(HBM)와 같은 첨단 반도체 개발만이 살길”이라고 말했다.


올 들어 한국의 중국 반도체 수출 증가세가 위축되는 배경에도 중국의 이 같은 변화가 무관하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미 한국 범용 D램은 중국 저가 공세에 따른 타격이 가시화된 상태다.

● 中 D램 생산 비중 3년 만에 4%→16%

대중국 수출 비중이 30%대로 내려간 적은 2012년에도 있었지만 지금과는 다르다. 2012년 당시 수출 물량은 오히려 늘어나며(6.2%) 가격 하락 요인이 컸다면, 올해는 가격보다 물량이 급감(―14.3%)한 측면이 크다.

지난해까지 극심한 겨울을 겪었던 반도체 업계는 인공지능(AI)발 수요 폭발로 회복되는 추세다. 하지만 대중국 반도체 수출 위축은 전체 수출 회복의 발목을 잡는 결과로 이어지고 있다. 올 1∼9월 메모리반도체 수출액은 519억1125만 달러(약 72조1800억 원)로 전년 동기 대비 75.6% 성장했다. 연초만 해도 증가율이 90%대였다가 70%대로 주저앉은 것이다. 같은 기간 중국에 대한 수출액은 196억5228만 달러로 40.1% 늘었다.

가장 큰 교역국이 평균에 못 미치는 증가율을 기록해 전체 증가세를 깎은 것이다. 최근 한국은행은 반도체 수출 증가세가 둔화됐다며 3분기 수출이 전 분기 대비 0.4% 줄었다고 밝힌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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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진영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