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에라리온, 18세 미만 아동 결혼 금지
남편에 15년형 또는 5000달러 벌금형
"여성 인권 보호 중요 이정표" 호평
"조혼은 범죄"… 결혼식 하객까지 처벌
3일(현지 시간) 미국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줄리우스 마아다 비오 시에라리온 대통령은 전날 18세 미만 아동의 결혼을 금지하는 법안에 서명했다. 특히 조혼을 돕거나 방조한 이들에게 징역형과 벌금형이라는 철퇴를 내리는 게 골자다.
비오 대통령은 이날 "이 법은 나의 행정부를 정의할 업적"이라며 "여성에 대한 모든 형태의 폭력과 악습을 없애고 평등을 육성할 것"을 촉구했다고 AFP통신은 전했다.
서명과 동시에 발효된 이 법에 따라 소녀와 결혼한 남성은 15년형 또는 5,000달러(약 690만 원) 이상 벌금형에 처해진다. 시에라리온의 지난해 1인당 국내총생산(GDP)이 433달러에 불과한 만큼 가혹한 처벌이라고 NYT는 짚었다.
부모에게도 미성년 자녀의 결혼에 동의할 수 없도록 해 책임을 지웠다. 아동 결혼에 참석하거나 주례사를 하는 것도 금지한다. 이를 어길 경우 징역 10년형이나 2,500달러의 벌금형, 또는 두 형에 모두 처해질 수 있다. 조혼을 강요당한 여성의 경우 재정적 보상을 청구할 수 있고, 혼인 무효도 구할 수 있게 된다.
소녀 3분의 1은 강제 조혼 내몰려
유엔아동기금(유니세프)에 따르면 2020년 시에라리온 18세 미만 소녀의 3분의 1에 해당하는 약 80만 명이 결혼했다. 이 중 절반은 15세도 되기 전에 혼인했다. 상대는 또래가 아닌 성인 남성이다. 18세 이전에 결혼하는 소년은 약 4%(국제 인권단체 휴먼라이츠워치)에 불과하다.
아동 결혼은 오랫동안 문화적 관습으로 용인돼왔지만 실상은 아동 학대에 불과했다. 가난한 부모들은 어린 딸에게 결혼을 강요한다. 카디자투 배리(26)는 "10세 때부터 결혼하라는 가족의 압력을 받았고, 학교를 그만둬야 할까 봐 15세 때 이를 거부하자 아버지에게 버림받았다"고 NYT에 말했다.
실제로 원치 않는 결혼에 내몰린 소녀들 대다수는 교육의 기회를 박탈당한다. 이른 임신·출산은 이들의 건강도 위협한다. 시에라리온은 유엔인구기금(UNFPA)이 꼽은 산모사망률이 가장 높은 나라 중 하나다.
베티 카바리 휴먼라이츠워치 연구원은 "아동 결혼으로 인한 악순환을 끊어야 한다"며 "이 법은 탄자니아, 잠비아 같은 나라들이 조혼을 허용하는 법률을 폐지할 수 있는 길을 마련해준다"고 미국 CNN방송에 말했다. 아동 강제 결혼 근절 캠페인을 펼치는 비영리기구 '걸스 낫 브라이드'에 따르면 조혼 비율이 가장 높은 20개국 중 16개 나라가 아프리카에 있다. 이들 중 아동 결혼을 전면 금지하는 나라는 여전히 극소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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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진영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