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승리 가능성 높아지자 미 국채 금리 급등”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의 대선 승리 가능성이 커지자 미국 국채 수익률이 급등한 것으로 나타났다. 투자자들이 조 바이든 대통령의 암울한 TV토론 성과, 트럼프 전 대통령에 대한 연방대법원의 면책 특권 결정 등 이슈를 공화당 승리 재료로 평가했다는 것이다.

1일(현지시간) 뉴욕 국채시장에서 글로벌 국채 벤치마크 역할을 하는 미 국채 10년물 금리는 4.447%까지 치솟았다. 10년물 금리는 첫 대선 TV토론 다음 날인 지난달 26일 4.342%로 전 거래일(4.287%)보다 0.055% 포인트 상승했고, 이날 다시 0.105% 포인트 추가 상승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투자자와 분석가들은 이런 움직임을 11월 공화당 승리 가능성에 따른 재정적 영향으로 돌렸다”며 “투자자들은 공화당이 승리하면 대규모 감세가 연장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설명했다. 트럼프 2기 행정부가 등극하면 재정적자가 더 커질 가능성이 크다고 본 것이다. WSJ는 “재정적자가 커지면 시장에 채권이 늘어나고, 인플레이션에 상향 압력을 가할 수 있는데 이는 모두 국채 가치를 떨어뜨릴 것”이라고 설명했다.

모건스탠리도 “트럼프 전 대통령이 대선에 승리하면 관세 정책에 대한 초점을 더욱 강화할 것이며 이는 성장 둔화와 인플레이션 확대 가능성을 키운다”며 트럼프 승리 확률이 커진 게 국채수익률에 영향을 미쳤다고 설명했다. 노무라증권은 “트럼프 2기 행정부가 들어서면 추가 관세만으론 재정 확대를 충당하기 어려워 더 많은 채권을 발행할 가능성이 크다”며 “인플레이션이 다시 치솟고, 정책 금리가 높은 수준을 유지하면 재정 적자는 더 커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여론은 아직 관망세다. 세인트 앤셀름대가 뉴햄프셔주 등록유권자를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바이든 대통령과 트럼프 전 대통령 지지율은 각각 42%, 44%로 나타났다. 뉴햄프셔주는 민주당 우세 지역으로 꼽히는 곳인데, 지난주 TV토론 이후 지지율 변화가 나타난 것이다. 지난해 12월 조사에서 바이든 대통령은 뉴햄프셔주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을 10% 포인트 앞섰다.

반면 하버드대와 해리스폴 공동조사(지난달 28~30일 등록 유권자 2090명 대상)에서 바이든 대통령과 트럼프 전 대통령 지지율은 각각 41%, 47%로 양측 격차는 지난 5월 조사 때와 같은 수준으로 나타났다.

바이든 캠프도 이날 TV토론 이후에도 바이든 대통령 지지율이 달라지지 않았다는 내부 여론조사 결과를 공개했다. 여론조사업체 하트 리서치가 경합주 7곳을 대상으로 한 여론조사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은 바이든 대통령을 근소한 수치로 앞서는 것으로 나오는데, 이는 지난 5월 조사와 비슷하다고 캠프 측은 설명했다. 또 “우리가 발견한 건 바이든 대통령의 나이가 이미 의사 결정 과정에 반영됐고, 토론 자체는 의사 결정 과정을 크게 재고하지 않았다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워싱턴포스트(WP)가 “캠프 측 여론조사는 바이든 대통령의 비틀거림이 그의 후보직을 약화할 수 있다고 우려하는 민주당원을 진정시킬 의도로 배포됐다”고 지적했다.

바이든 대통령 측은 레이스를 지속할 뜻을 재확인했다. 영부인 질 바이든 여사는 지난달 30일 패션잡지 ‘보그’와 인터뷰에서 “우리는 90분 토론이 바이든 대통령의 4년을 재단하도록 두지 않을 것”이라며 “우리는 계속 싸울 것”이라고 말했다.

토니 블링컨 미 국무부 장관도 이날 싱크탱크 브루킹스연구소 주최 세미나에서 “전 세계 여론조사를 보면 지난 3년 반 미국 리더십에 대한 신뢰도가 급격히 상승한 것을 반복해서 확인할 수 있다”며 “이는 미국의 정책 및 관여의 산물”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세계가 (토론이 있었던) 하룻밤이 아니라, 지난 3년 반 경험한 것이 바이든의 리더십”이라며 “그들은 대부분 바이든 대통령이 추구하는 정책 및 선택을 좋아한다”고 말했다.

베단트 파텔 국무부 수석 부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세계 지도자들은 바이든 대통령이 수십 년간 외교 정책의 중심에서 일했다는 것을 알고 있으며 그들은 바이든 대통령과 미국 정부가 추구하는 정책을 신뢰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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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진영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