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CC 검찰,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 체포 영장 청구

▲ 베냐민 네타냐후(가운데) 이스라엘 총리가 20일(현지시간) 예루살렘 의회에 도착해 자신의 리쿠드당 모임에 입장하고 있다. 국제형사재판소(ICC) 검찰은 이날 전쟁범죄 혐의로 네타냐후 총리, 요아브 갈란트 이스라엘 국방장관과 하마스 지도부에 대한 체포영장을 청구했다.
국제형사재판소(ICC) 검찰이 20일(현지시간)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 등 이스라엘 지도부와 하마스 지도부에 대한 체포영장을 청구했다. 이들이 전쟁범죄를 저질렀다며 체포영장 발부를 요청했다.

이스라엘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강하게 반발했다.


ICC 검찰 "그 누구도 면책특권 없어"
파이낸셜타임스(FT) 등 외신에 따르면 카림 칸 ICC 검사는 이날 가자 전쟁 범죄 혐의로 네타냐후 총리와 요아브 갈란트 이스라엘 국방장관에 대한 체포영장을 청구했다.

하마스 군사 지도자 야히야 신와르, 모함메드 데이프, 하마스 정치 지도자 이스마일 하니예에 대한 체포영장도 청구했다.

칸 검사는 무장 갈등에 관한 국제법은 모두에게 적용된다면서 "어떤 보병도, 어떤 사령관도, 어떤 민간 지도자도, 그 누구도 면책특권은 없다"고 못 박았다.

이스라엘·바이든, ICC 비난
이스라엘 정계는 한 목소리로 ICC 검찰의 체포영장 청구를 비난했다.

이츠하크 헤르조그 대통령은 "국제 사법 체계가 붕괴 위기에 몰렸다"고 주장했다.


체포영장 발부 당사자인 네타냐후는 이를 반유대주의 상징으로 몰아세웠다. 그는 "이는 새로운 반유대주의가 어떻게 생겼는지를 정확히 보여준다"고 비난했다.

바이든 미 대통령도 비난 대열에 동참했다.

바이든은 ICC 검찰의 행동은 '터무니없다'면서 "이 검사가 어떤 생각을 갖고 있든지 이스라엘과 하마스를 같은 비중으로 다루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주장했다.

하마스가 이스라엘을 기습 침공해 약 1200명을 살해하고, 250명을 납치하면서 이번 전쟁이 시작됐기 때문에 이스라엘의 행위를 하마스의 전쟁범죄와 같은 잣대로 비교할 수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스라엘은 가자 전쟁으로 지금까지 3만5000명 넘게 살해했다. 또 전체 주민 230만명 가운데 170만명 넘는 이들을 집에서 내쫓아 피난하게 만들었다.

이스라엘에 충격 클 것
검찰이 체포영장을 청구함에 따라 이제 결정은 ICC 재판부에 달렸다.

ICC가 체포영장을 발부하면 2002년 ICC 출범 이후 처음으로 서방의 지원을 받는 지도자에 대한 체포영장이 된다.

이럴 경우 네타냐후와 갈란트는 ICC 회원국 124개국을 방문하는 순간 체포될 수 있다. 유럽, 라틴 아메리카, 아프리카, 아시아 국가 상당수가 회원국이어서 이들의 해외 순방이 사실상 묶일 수 있다.

하마스 지도부는 상황이 크게 달라질 것이 없다. 이미 상당수 나라들이 하마스를 테러 기구로 지정했기 때문이다.

신와르와 데이프는 가자 지구를 떠나지 않고 있고, 하니예는 우호국만 방문한다.

이스라엘은 지도부 해외 순방만 타격을 받는 것이 아니다.

전문가들은 체포영장이 발부되면 이스라엘에 대한 무기 수출, 특히 유럽의 무기 수출이 제한될 것으로 보고 있다.

ICC 검찰이 체포영장을 청구한 가운데 유엔 최고 재판소인 국제사법재판소(ICJ)도 남아프리카공화국의 가자 지구 팔레스타인 주민 학살 제소로 관련 사안에 대한 심의를 시작했다.

한편 이번에 체포영장을 청구한 칸 검사는 영국 출신 법률가다. 2021년부터 ICC 검사로 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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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진영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