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상자 22개에 차가 안움직여"…中부패공안 3명 2천여억원 수뢰

CCTV, 랴오닝 공안 부패 백태 고발…"전임자 수법 그대로 기업으로부터 거액 뇌물 받아"

▲ 랴오닝성 '부패 공안청장' 3인방 [CCTV 캡처]
20년 동안 무소불위 권력을 휘둘렀던 중국 랴오닝성의 전직 공안청장 3명이 챙긴 수뢰액이 총 2천억원이 넘는 것으로 드러났다고 홍성신문 등 현지 매체가 8일 보도했다.


중국 최고 사정 당국인 중앙기율검사위원회·국가감찰위원회(기율·감찰위)와 중국중앙TV(CCTV)가 공동 제작한 4부작 부패 척결 특집 다큐멘터리 '지속적인 노력, 심도 있는 추진'은 지난 6일 방영한 첫 편을 통해 랴오닝성 전직 공안청장 3명의 죄상을 상세하게 고발했다.

다큐에 따르면 리원시와 쉐헝, 왕다웨이 등 전직 랴오닝성 공안청장 3명이 챙긴 뇌물은 총 12억 위안(약 2천200억원)에 달했다.


이들 가운데 2002년부터 9년간 랴오닝성 공안청장으로 재직했던 리원시는 5억4천100만 위안(약 992억원)을 수뢰했다.

그가 챙긴 뇌물 대부분은 랴오닝의 철광석 채굴 업체 소유주 류즈팅으로부터 받은 것이다.

랴오닝성 공안청이 이 업체 불법 채광에 대한 수사에 나서자 류즈팅은 리원시에 무마를 요청해 형사 처벌을 면했다.

그 대가로 리원시는 이 업체의 지분 30%를 받아 챙긴 뒤 처남을 '바지 사장'으로 내세워 이 업체를 사실상 차지했다.

그는 또 당시 랴오닝성 민정청장이었던 쉐헝의 부탁받고 공갈 혐의로 기소된 기업인 바이위천의 사건을 무마해주기도 했다.

형사 처벌을 면한 바이위천은 쉐헝에게 사례비로 수천만 위안(1천만위안은 19억원)을 건넸다.

'돈맛'을 본 쉐헝은 리원시의 뒤를 이어 랴오닝성 공안청장에 오른 뒤 사건 무마, 기업 운영 및 하청 등에 개입하며 1억3천500만 위안(약 248억원)을 수뢰했다.


쉐헝의 후임이었던 왕다웨이의 전횡과 수뢰 수법은 전임자들보다 더욱 악랄했다고 이 다큐는 소개했다.

헤이룽장(黑龍江)성 공안부청장을 거쳐 2013년 랴오닝성 공안청장에 오른 중국 동북 지역 '공안 거물' 왕다웨이는 9년간의 재직 기간 총 5억5천500만 위안(약 1천20억원)을 수뢰했다.

2022년 3월 낙마할 때까지 9년간 랴오닝성 공안청장을 지낸 그가 받은 뇌물의 절반가량은 랴오닝성의 알루미늄 제품 생산업체인 중왕그룹의 소유주 류중톈에게 받았다.

2017년 중왕그룹의 외환 불법 거래 사건이 불거져 부회장이 구속되자 류중톈은 왕다웨이에게 수사가 확대되지 않도록 해달라고 청탁했다.

호탕하게 이 사건을 무마시킨 왕다웨이는 그 대가로 400억원대 뇌물을 챙겼다.

류중텐은 사례비로 우선 4천만 위안(약 73억원)과 400만 달러(약 53억원)를 왕다웨이에게 건넸다.

당시 류중톈은 현찰을 22개 상자에서 담아 왕다웨이에게 줬는데 이 상자들을 실은 왕다웨이의 미니 밴이 무게를 이기지 못해 경사진 지하 차고에서 올라갈 수 없을 정도였다고 한다.

류중톈은 이후에도 4차례에 걸쳐 2억 홍콩달러(약 336억원)를 왕다웨이에게 추가로 건넸다.

왕다웨이는 2019년 하반기 중국 공안부가 랴오닝성 전현직 고위직들의 비리에 대한 대대적인 조사에 착수하자 류중톈에게 자신과의 관계를 발설하지 말라고 입막음하는 것은 물론 2020년 자금난에 몰린 중왕그룹을 비호하는 등 '뒷배' 역할을 멈추지 않았다.

한때 아시아 최대 알루미늄 제품 생산업체였던 중왕그룹은 결국 법원에 파산 신청하며 몰락했는데, 이는 금권 유착에 의존해 무리하게 사업을 확장한 데 따른 당연한 결과라고 CCTV는 짚었다.

리원시와 쉐헝, 왕다웨이 등 랴오닝성의 '부패 공안' 3인방은 부패 척결을 위한 기율·감찰위의 고강도 사정에 적발되면서 2021년∼2022년 잇달아 낙마했다.

리원시는 작년 1월 산둥성 중급법원에서 사형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무기 징역으로 감형됐다.

사형 집행유예는 형 집행을 2년간 유예한 뒤 수형 태도 등을 고려해 무기징역으로 감형하는 중국 특유의 사법 제도다.

쉐헝은 작년 12월 1심에서 징역 17년형을 선고받았고, 왕다웨이는 2022년 3월 기율감찰위 조사를 받은 뒤 작년 10월 뇌물 수수 혐의 등으로 기소돼 법원 판결을 기다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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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진영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