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증시, 美 이어 개미 투자처 ‘넘버 2’ 굳히기…‘유럽·中·홍콩’ 합산 투자액까지 제쳤다
日 4조2129억원 〉 ‘유럽+中+홍콩’ 4조1229억원
닛케이225, 연중 29.91%↑…円低 덕에 수출 특화 車·상사주 강세
日 도쿄거래소, 상장사의 주주 친화적 정책 발표 유도…투심 자극
円低 바닥론 우세…강세장 속 엔화 가치 상승에 ‘환차익’ 기대도
“美 연준 피벗 가시화 시점에 엔저 완화 출발점…日 증시 주춤 가능 유의”
일본 증시가 미국에 이어 국내 개미(소액 개인 투자자)들의 두 번째 규모 해외 투자 주식 시장 자리 굳히기에 들어갔다. 일본 증시에 대한 국내 투자자 주식 보관액이 중화권(중국·홍콩) 증시와 유로시장 증시에 대한 주식 보관액 총 합산액을 넘어서면서다.
日 4조2129억원 〉 ‘유럽+中+홍콩’ 4조1229억원
29일 한국예탁결제원 증권정보포털 세이브로(SEIBro)에 따르면 월별 주요 해외 증시 주식 보관액을 살펴봤을 때 지난달 일본 증시 주식 보관액은 32억4942만달러(약 4조2129억원)로 같은 시기 중국(11억1645만달러·1조4475억원), 홍콩(17억7398만달러·약 2조3017억원), 유로시장(2억8712만달러·약 3725억원) 증시 주식 보관액의 총 합산액 31억7755만달러(약 4조1229억원)를 앞지른 것으로 나타났다.
중국 증시에 대해 국내 투자자는 외국인 전용인 상해홍콩증시연계(후강퉁), 심천홍콩증시연계(선강퉁), (R)QFII, 중국B주 등 총 4곳으로 거래할 수 있다.
월별 기준으로 일본 증시 주식 보관액이 중국·홍콩·유로시장 증시 주식 보관액을 앞지른 것은 지난 2014년 1월 이후 9년 9개월 만이며, 개월 수로는 117개월 만이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일본 증시에 대한 국내 투자자 주식 보관액만으로 미국·일본과 함께 5대 주요 해외 투자처로 꼽히는 중국·홍콩·유로시장에 대한 주식 보관액 합산치를 넘어섰다는 것은 일본 증시에 대한 개미들의 선호 현상이 그만큼 강해졌다는 것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것”이라며 “일본 증시가 미국 증시에 이어 국내 투자자가 두 번째로 선호하는 투자처로 지위를 굳히고 있다는 증거”라고 평가했다.
닛케이225, 연중 29.91%↑…円低 덕에 수출 특화 車·상사주 강세
국내 투자자들이 일본 증시에 대한 투자액을 크게 늘린 이유는 올해 들어서만 대표 주가 지수인 ‘닛케이(日經) 225’ 지수가 29.91%나 상승하는 등 눈에 띄는 수익률을 나타냈기 때문이다.
역대급 엔저(円低) 현상 덕분에 일본 수출 기업들의 실적이 눈에 띄게 우상향했고, 종목별 밸류에이션에 영향을 미치며 주가 상승을 이끌었다.
대표적인 섹터는 자동차다. 일본 시가총액 1위 토요타자동차는 일본 기업 최초로 연간 영업이익 4조5000억엔(약 39조3012억원)을 달성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연초 예상 영업이익이 3조엔(약 26조2008억원)이었다는 점을 고려하면 눈높이가 150%나 높아진 셈이다. 이 결과 토요타자동차의 주가는 전날 종기 기준으로 연중 53.14%나 상승했다. 올 들어 닛산자동차, 혼다기연공업, 등 주요 자동차주(株)의 주가는 각각 42.17%, 50.49%나 올랐다.
수출에 특화된 종합상사, 전자, 반도체 섹터의 주가 상승세도 두드러졌다. 미쓰비시상사(67.06%), 스미토모상사(46.62%), 소니그룹(26.17%), 닌텐도(24.37%), 아드반테스트(119.11%) 등이 대표적인 종목이다.
소비심리 개선으로 유니클로를 생산하는 패스트리테일링 주가도 최근 연중 최고치를 기록하는 등 올해만 41.91% 올랐다.
김채윤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일본에서도 생성형 인공지능(AI)나 전기차 보급 확대 기대에 소재 관련 반도체 설비 투자가 대폭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며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내각의 첨단 산업 육성에 따라 반도체 기업들이 다시 모멘텀을 받을 것”이라 전망했다.
일본 도쿄(東京)증권거래소가 상장사의 자사주 매입과 배당 확대, 설비 투자 등 주주 친화적 정책 발표를 유도한 점도 주식시장을 끌어올려 일학개미의 투심을 자극한 포인트 중 하나다.
円低 바닥론 우세…“美 연준 피벗 가시화 시점에 엔저 완화 출발점”
향후 일본 증시의 강세 지속 여부는 엔저가 계속될지 여부에 달려있다는 분석도 있다.
전날 기준 원/엔 환율은 100엔당 873.36원을 기록했다. 특히, 지난 16일엔 엔화 환율이 858.38원까지 내려가며 2008년 1월 이후 15년 만에 처음으로 850원대를 기록하기도 했다.
국내 증권가에선 엔화 가치가 ‘바닥’을 찍었다는 인식에 힘이 실리는 모양새다. 이런 가운데, 일본 증시가 여전히 강세인 가운데 엔화 값이 오르면 ‘환차익’을 얻을 수 있다는 점은 일본 증시에 대한 매력도가 또다시 높아지는 결과란 분석도 있다.
문남중 대신증권 연구원은 “현재 시장은 일본은행(BOJ)이 통화정책 수정 강도를 어떻게 가지고 가느냐에 주목하는데, BOJ는 통화정책 정상화로 가는 단계지만 시장 예상을 충족시켜주지 못해 엔화 강세로 이어지지 못하고 있다”며 “당분간 엔화 약세가 지속되며 일본 증시는 상방 압력이 커질 것으로 보이지만 언제든 반락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기준금리 인상 종료에 이어 ‘피벗(pivot·금리 인하)’이 가시화되는 시점이 엔저 현상 완화의 출발점이 될 것이란 전망도 내놓는다. 김유미 키움증권 연구원은 “최근 일본 증시가 오른 바탕에는 엔화 약세로 인한 실적 개선이 있었기 때문에 약세가 끝난다면 일본 증시가 주춤할 가능성이 있어 유의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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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진영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