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보다 빛났던 팔라듐이 고꾸라진다. 전기차 시장이 태동하면서 팔라듐 수요가 줄어들 것이란 예상 때문이다. 시장에선 팔라듐 가격이 계속 하락할 것이라고 본다. 팔라듐 가격을 거꾸로 추종해 수익을 보는 인버스 상품만이 팔라듐 시장에서 빛을 본다.
5일 인베스팅닷컴에 따르면 지난 2일(현지시간)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거래되는 팔라듐 선물가격은 전 거래일보다 0.07% 하락한 온스당 1121.28달러를 기록하며 거래를 마쳤다. 팔라듐 가격은 지난해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깜짝 반등한 이후 계속 하락세다. 지난달 23일 1088달러까지 내려가며 최근 5년 내 최저가를 찍었다.
팔라듐은 금, 은, 백금과 함께 고가의 희귀 귀금속 중 하나로 꼽힌다. 다른 귀금속들이 장신구용, 투자용으로 주로 쓰이는 반면 팔라듐은 산업용 수요가 많다. WPIC(세계백금투자협회), NH투자증권 등에 따르면 팔라듐은 2021년 기준 휘발유 차량용 매연저감장치 촉매제로의 수요가 전체의 83%를 차지한다.
팔라듐 가격이 하락한 건 글로벌 자동차 시장의 변화와 관계가 깊다. 앞서 팔라듐은 수소차의 주요 소재로 주목받으며 '수소의 금(金)'이라 불렸다. 하지만 완성차 업체들이 수소차보다 전기차 생산에 힘을 주고 있는 게 팔라듐 수요를 감소시킨다. 시장조사업체 SNE리서치에 따르면 올 상반기 글로벌 수소차 판매량은 전년 동기보다 11.6% 줄었다. 수소차 시장 점유율 1위 현대차는 올 상반기 3198대의 수소차를 팔았지만 이 또한 전년 동기보다 41.5% 감소한 것이다. 거기에 각국의 배기가스 규제가 강화되면서 내연기관 자동차 시장이 쪼그라들고 있다. 거시경제 불확실성으로 신차보다 중고차를 찾는 사람들이 많아진 것도 팔라듐 가격을 떨어뜨린다.팔라듐 가격은 현 추세처럼 장기적으로 우하향 것으로 전망된다. 최근 성장률이 둔화됐다 해도 향후 전기차가 글로벌 자동차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돼서다. 전기차에선 배기가스 정화제 등이 필요하지 않아 궁극적으로 팔라듐 수요도 점차 줄어들게 된다.
에드워드 스터크 WPIC 리서치 총 책임자는 "팔라듐 수요는 2019년 정점을 찍었고 이후 8년 동안 공급 부족 상태를 보였다"며 "2022년부터 2027년까지 팔라듐 재활용 공급량이 120만온스 증가함에 따라 2025년부터 공급 과잉 시장으로 전환될 것"이라고 했다.
자동차 업체들이 비용 절감을 위해 팔라듐보다 가격이 싼 백금을 더 찾을 가능성도 높다. 백금은 자동차 매연저감장치 촉매로 팔라듐과 그 쓰임이 같다. 지난 2일 기준 백금 가격은 온스당 930.6달러로 백금과 팔라듐의 교환비율은 0.83배다.
이런 상황에서 팔라듐 상승에 베팅했던 국내 투자자들은 울상을 짓고 있다. 팔라듐 가격을 추종하는 ETF(상장지수펀드)인 KBSTAR 팔라듐선물(H)는 올 들어 38.63% 하락했다. 반면 팔라듐 가격을 반대로 추종하는 KBSTAR 팔라듐선물인버스(H)는 39.51%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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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진영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