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 5번째 여성 노벨 물리학상 수상자 룬드대 륄리에 교수

수업 중 노벨상 위원회의 부재 중 전화 확인
“여성 수상자 별로 없어 매우 특별…가족·자녀 있어도 가능, 여성들 도전하라”

“노벨 물리학상 수상자라는 전화가 왔을 때 학생들을 가르치던 중이었다.”

세계에서 5번째로 여성 교수 중 노벨 물리학상을 공동 수상한 스웨덴 룬드대 원자물리학 안 륄리에 교수는 학생들에게 수업하던 중 수상 소식을 접했다며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스웨덴 왕립과학원 노벨위원회는 3일(현지시간) ‘물질의 전자역학 연구를 위한 아토초(100경분의 1초) 펄스광을 생성하는 실험 방법’과 관련한 공로로 피에르 아고스티니(70)와 페렌츠 크러우스(61), 안 륄리에(65)를 공동 선정했다고 밝혔다. 아고스티니는 미국 오하이오주립대 소속, 크러우스는 독일 막스플랑크 양자광학연구소 소속이다. 국적과 관련해 러시아 타스 통신의 경우 아고스티니를 프랑스계 미국인, 크러우스를 헝가리·오스트리아인, 륄리에를 프랑스인으로 전했고, AFP 통신은 아고스티니가 프랑스인, 륄리에는 프랑스·스웨덴 이중국적자라고 보도했다.

수상자들에게는 상금 1100만 크로나(약 13억5000만 원)가 수여된다. 수상 공적 기여도에 따른 상금 분담은 3명이 3분의 1씩으로 같다.

이들은 원자 내부에 있는 전자의 움직임을 들여다볼 수 있는 새 실험방법을 고안해 낸 공로를 인정받았다. 노벨위원회는 “이 세 명은 인류에게 원자와 분자 안에 있는 전자의 세계(world of electrons)를 탐사할 새로운 도구를 건네준 실험들을 한 공로가 인정됐다”고 설명했다.


또 “전자를 움직이거나 에너지를 변화시키는 빠른 과정을 측정하는 데 사용할 수 있는 극도로 짧은 빛의 파동을 만드는 방법을 보여줬다”고 평가했다.

올해 노벨상은 지난 2일 생리의학상을 시작으로 4일에는 화학상, 5일 문학상, 6일 평화상, 9일 경제학상 수상자 등이 차례대로 발표된다.

륄리에 교수는 역대 다섯번째이자, 2020년 이후 3년 만의 여성 노벨물리학상 수상자다. 역대 여성 노벨물리학상 수상자는 1903년 마리 퀴리, 1963년 마리아 메이어, 2018년 도나 스트리클런드, 2020년 앤드리아 게즈 등 4명이다.

륄리에 교수는 학부생 약 100명을 대상으로 기초 공학 물리학 수업을 하던 중이었다고 밝혔다. 그녀는 휴대전화를 무음으로 해뒀기 때문에 전화를 받지 못했다가 쉬는 시간에 부재 중 전화를 확인하고 노벨 위원회에 전화를 걸었다고 말했다.

륄리에 교수는 “수업을 마치는 게 어려웠다”고 농담으로 말했다. 그녀는 “그때는 수상 사실이 비밀이었기 때문에 학생들에게 말을 할 순 없었지만, 다들 추측했을 것”이라며 “난 매우 집중해서 노벨상을 잊고 강의를 끝내려고 했으나 노벨상 수상자 발표 기자회견을 위해 수업을 조금 일찍 마쳤다”고 전했다.

노벨 위원회는 소셜미디어에 륄리에가 휴대전화를 귀에 대고 있는 사진을 올리고 ‘헌신적인 스승을 알립니다. 노벨상으로도 학생들에게서 뗄 수가 없다’고 적었다.

륄리에는 노벨물리학상에 대해 “가장 권위 있는 상으로, 상을 받게 돼 너무 기쁘다. 믿을 수 없다”고 소감을 전했다. 그녀는 “매우 감동했다”며 “알다시피 이 상을 받은 여성이 그리 많지 않기 때문에 매우 매우 특별하다”고 덧붙였다.

륄리에는 또 “나는 모든 여성들에게 흥미가 있고 이런 종류의 도전에 열정이 약간 있다면 그냥 해보라고 한다”고 말했다.

결혼해 아들 두 명을 둔 륄리에는 “연구 커리어, 그리고 가족과 자녀가 있는 평범한 삶을 병행하는 것은 가능하다”며 젊은 여성들에게 “도전하라”고 강조했다.

한편, 올해 생리의학상은 코로나19에 효과적인 전령리보핵산(mRNA) 백신 개발에 기여한 커털린 커리코 독일 바이온텍 수석부사장과 드루 와이스먼 미 펜실베이니아 의대 교수에게 돌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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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진영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