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예산정책처, 정기국회·국정감사 공공기관 현황 이슈 보고서
직원 주택융자금 매년 평균 500억원, 생활안정자금 400억원 지원
사상 최악의 적자를 이유로 전기요금 인상을 이어가고 있는 한국전력공사가 '주택금융자금지원' 등 직원 복리후생을 위해서는 매년 500억원에 달하는 자금을 지원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직원들을 위한 생활안정자금 명목으로도 매년 평균 400여억원의 자금을 지원 중인데, 대출 금리는 한국은행 가계대출금리보다도 낮은 2.5~3.0% 수준에 불과했다.
한전은 지난 2021년 2분기 이후 영업적자가 매분기 눈덩이처럼 불어나자 재정 건전성을 위해 보유 부동산 등 핵심자산까지 매각하는 특단의 대책에 들어갔지만, 복리후생 예산은 매해 같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15일 국회 예산정책처(예정처)가 내놓은 '2023 정기국회·국정감사 공공기관 현황과 이슈'에 따르면 올해 한전 직원 중 회사로부터 주택융자금을 지원받고 있는 직원 수(지난 7월말 기준)는 330명, 융자금액은 285억원이다.
직전 3년간 지원 규모는 평균 500여억원에 달한다. 연도별로 보면 △2020년 620명, 509억원 △2021년 576명, 508억원 △2022년 570명, 497억원을 지원했다. 2023년이 지나기까지는 현황작성 기준 5개월의 시간이 남은 만큼 올해에도 비슷한 규모의 자금이 들 것으로 보인다.
내부 규정인 '연봉 및 복리후생 관리규정' 36조에 따른 것으로, 한전은 임직원에 대해 주택융자금을 제공하고 있다. 회사가 직접 저리로 대출해주고, 이자를 받는 식이다.
대출 이자율은 지난 8월 이전까지는 주택 취득 시 3.0%, 임차 시 2.5%에 불과했다. 이는 한국은행 가계대출금리(분기별 연동)보다도 낮은 수준이었는데, 공공기관 부채가 문제가 되자 기획재정부에서 공공기관의 과도한 복리후생제도 운영을 지양하라는 '공공기관의 혁신에 관한 지침'을 내린 지난 8월부터는 한국은행 가계대출금리 기준을 적용 중이다. 한국은행 가계대출금리는 기준금리를 결정하는 한국은행에서 시중은행에 적정금리를 제시하는, 일종의 가이드라인이다.
하지만 기대출자들에 대한 소급적용은 이뤄지지 않아 사실상 규정 개정에 큰 의미는 없다는 게 예정처의 지적이다.
한전은 직원들의 생활안정을 위한 자금대출도 지원하고 있다. 마찬가지로, 7월말 기준 생활안정자금을 지원받고 있는 인원은 1025명, 지원금액은 189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직전 3년간의 지원 현황을 보면 △2020년 1316명, 380억원 △2021년 2017명, 396억원 △2022년 2029명, 394억원을 지원했다. 대상은 한전 근속 1년 이상 재직 직원으로, 최대 3000만원(5년 분할 상환)까지 지원해왔다. 한전은 2021년 적자 전환 이후 대출금액을 기존 3000만원에서 2000만원으로 줄이고, 올해 1월부터는 기존 1.75%에 불과했던 대출 금리도 3.0%(시중은행 평균 5.35%)로 올렸다.
여느 기관·민간에서도 이뤄지는 직원 복리후생의 하나라 문제가 될 건 없어 보이지만, 한전이 마주한 현실에 비춰 매년 수백억원에 달하는 규모의 자금을 계속 이어가는 게 적절한가에 대한 지적이 나온다.
한전의 지난해 누적 영업손실은 32조6034억원, 지난 6월 말 연결기준 총부채는 201조4000억원으로 사상 처음 200조원을 넘어섰다.
뿐만 아니다. 한전은 최근 국회에 제출한 '2023~2027년 중장기 재무관리계획'에서 올해 부채가 작년보다 6.7% 증가한 205조8400억원(연결 기준)에 달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부채도 내년부터 매년 증가해 2027년 226조2701억원까지 늘어날 것으로 봤다.
동시에 이자 비용도 꾸준히 증가할 전망이다. 연간 이자는 지난해 2조8185억원에서 올해 4조3922억원, 내년 4조7283억원, 2025년 4조8603억원, 2026년 5조1444억원, 2027년 5조1035억원으로 커질 것으로 추정했다. 올해부터 향후 5년간 내야하는 이자만 총 24조2287억원인 셈이다.
한전은 이같이 막대한 적자를 해소하기 위해 지난해 2분기부터 다섯 차례에 걸쳐 40% 가까이 전기요금을 올렸다. 일각에서 천문학적인 적자 해소의 책임을 오롯이 국민에게만 전가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한전 관계자는 "작년까지는 시장금리보다 낮고, 공기업 기준에 맞지 않다는 이유로 지적을 받았다"면서 "타 공공기관에 비쳐 봐도 혜택이 컸던 게 사실이었다. 하지만 올해 규정 개정을 통해 여타 다른 공공기관 수준으로 기준을 맞췄다"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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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진영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