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감원, 카카오 김범수 창업자 압수수색…SM엔터 시세조종 혐의

▲ 김범수 미래이니셔티브센터장.
금융당국이 카카오 창업자인 김범수 미래이니셔티브센터장(사진)을 전격 압수수색했다. 카카오의 SM엔터테인먼트(SM엔터) 지분매입 과정에서 시세조종 의혹을 수사 중인 금융당국의 칼날이 카카오 지배구조의 정점에 있는 김 센터장을 직접 겨냥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10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검찰과 금감원 자본시장특별사법경찰(특사경)은 이날 김 센터장의 개인 사무실에 수사인력을 보내 SM엔터 인수 관련 내부 문서와 전산자료를 확보 중이다. 금감원은 법원에 영장을 신청해 발부받아 압수수색을 단행했다.


금융당국은 하이브가 SM엔터 주식 공개매수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김 센터장이 시세조종 행위를 직접 보고받는 등 개입 여부를 수사해왔다. 금감원은 카카오의 SM엔터 인수 실무 작업은 배재현 카카오 공동체 투자총괄 대표가 주도했지만 전략적으로 중요한 의사 결정인 만큼 카카오 창업자인 김범수 미래이니셔티브 센터장이 깊숙이 개입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앞서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지난달 카카오의 SM엔터 시세조종 혐의와 관련한 질문에 "역량을 집중해서 여러 자료를 분석하고 있고 수사를 생각보다 신속하게 진행하고 있다"며 "실체 규명에 대한 자신감을 어느 정도 갖고 있기에 조만간 기회가 되면 말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이복현 "자신감 있다" 통했나…카카오 또 한번 오너리스크 격랑

금융당국이 카카오의 시세조종 의혹과 관련해 조사에 착수한 것은 지난 2월이다. SM엔터 경영권을 두고 카카오와 격돌하던 하이브는 2월 SM엔터 주식을 주당 12만원에 공개매수하려 했지만 주가가 이를 훨씬 웃돌면서 실패했다. 하이브의 SM엔터 주식 공개매수 기간이던 지난 2월 16일 IBK투자증권 판교점에서 의문의 법인을 통해 SM엔터 발행 주식 총수 2.9%에 달하는 매수세가 이어진 것이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이에 대해 하이브는 비정상적 매입 행위가 발생했다며 금감원에 조사를 요청하는 진정서를 냈다.


카카오는 "금감원이 조사하는 16일 매수자는 카카오 및 카카오엔터와 무관하다"는 입장을 냈다. 하지만 해당 시기 대량의 지분을 매집한 것으로 알려진 사모펀드(PEF)운용사 원아시아파트너스와 카카오가 과거 수차례 교차 지분투자 등을 통해 '밀월 관계'를 쌓아온 점이 알려지면서 양 측의 교감 여부가 수면위에 올랐다. 특히 김 센터장, 배 총괄대표와 원아시아파트너스의 지분 매입 시점간 교신 내용과 주문 행태 등 연관점을 주요 요인으로 두고 수사에 착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카카오는 하이브의 공개매수 실패 직후인 3월 7일부터 26일까지 카카오엔터와 함께 SM엔터 주식 833만3641주를 주당 15만원에 공개매수했다. 카카오와 카카오엔터는 공개매수를 통해 SM엔터 주식을 20.76%, 19.11%를 확보하게 되면서 SM엔터의 최대 주주로 올랐다. 이 과정에서 약 1조4000억원이 투입했다.

현행 자본시장법(제176조)은 상장증권 매매를 유인하기 위해 매매가 성황을 이루는 것처럼 착각을 주거나 시세를 변동시키는 매매 행위 등을 금지하고 있다. 시세를 고정시키거나 안정시키기 위한 일련의 매매 행위도 금지 대상이다.

금감원은 “누구라도 공개매수 과정에서 인위적으로 주가를 공개매수 가격 이상으로 유지하려는 행위를 했다면 자본시장법상 시세조종 행위로 처벌될 수 있다”고 경고한 바 있다. 이를 토대로 '패스트트랙'(신속수사전환) 절차를 활용해 검찰과 공조 수사에 나섰다.

카카오의 시세조종혐의와 김 센터장의 개입 여부가 압수수색으로 구체화될 경우 카카오의 지배구조도 또 한번 격량에 빠질 것으로 보인다. 김 센터장과 주요 임원이 SM엔터 공개매수 과정에서 시세조종 등 불공정 행위에 관여했다면 처벌 대상이 된다. 카카오 및 카카오엔터는 불공정거래를 통해 얻는 차익을 반납해야 한다. 불공정거래로 확보한 SM엔터 주식에 대해서는 강제 처벌 처분이 이뤄질 가능성도 있다.

카카오엔터는 SM엔터 인수를 발판으로 나스닥 상장 등을 추진하고 있다. 최대주주가 자본시장법 위반으로 처벌받을 경우 상장 과정에서도 진통이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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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진영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