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상증자 상담한 61곳 상장사 타깃
동료·친지에도 정보전달
증권업무 대행을 맡은 KB국민은행 직원들이 고객사 미공개정보를 활용해 100억원대 부당이득을 챙겨 충격을 주고 있다. 대형 은행 직원들의 조직적인 미공개정보 이용 불공정거래 혐의가 드러난 것은 이번이 첫 사례다.
금융당국은 KB국민은행 증권대행부서 소속 직원들의 미공개정보를 이용한 불공정거래 혐의에 대해 증권선물위원장 긴급조치(패스트 트랙)로 검찰에 통보했다고 9일 밝혔다. 연루 직원만 7∼9명에 달한다.
해당 직원들은 2021년 1월~2023년 4월 61개 상장사 무상증자 업무를 대행하는 과정에서 무상증자 규모 및 일정에 관한 정보를 사전에 취득, 본인 및 가족 명의로 해당 종목 주식을 매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무상증자란 주주에게 돈을 받지 않고 주식을 나눠주는 것으로, 주주 입장에선 추가로 돈을 들이지 않으면서 더 많은 주식을 가질 수 있어 호재다. 해당 부서 직원들은 은행 내 다른 부서 직원들을 비롯해 본인들의 가족, 친지, 지인들에게도 관련 정보를 전달하기도 했다. 이들도 주식 거래를 통해 61억원정도의 부당 이득을 얻었다. 미공개 정보를 이용한 부당 이득 규모가 총 127억원에 달하는 셈이다.
감독당국 관계자는 “증권 업무 대행을 하는 은행 임직원들의 미공개정보 이용 행위는 자본시장에 대한 신뢰를 훼손할 수 있는 중대 사안”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다른 증권 대행 업무를 처리하는 금융회사에 대해서도 내부통제 시스템을 개선하도록 했다”며 “금융회사 임직원이 연루된 불공정거래 행위 발생 시 해당 회사에 대해 내부통제 부실 등 관련 책임을 엄중히 물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KB국민은행은 20년 전에도 미공개정보를 이용한 불공정거래 혐의로 검찰에 고발되며 홍역을 앓은 바 있다.
금융위 산하 증권선물위원회는 2003년 9월 KB국민은행이 SK증권의 감자 결의 직전 보유 중이던 SK증권 주식 중 728만주를 매각, 28억원의 손실을 회피했다며 은행과 관련자들을 검찰에 고발했다.
직원들의 사익 추구 형태는 아니지만 미공개정보를 활용한 불공정거래 혐의를 받았다는 점에서 유사하다. 다만, 증거가 불충분하다는 이유로 검찰에서 무혐의 처분하며 사안이 종결됐다.
한편 지난해 우리은행 700억원대 횡령에 이어 최근 경남은행에서도 500억원대 횡령 사건이 발생하는 등 은행권의 도덕적 해이가 잇따르고 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금융권 전체 횡령액은 1010억원으로 역대 최대를 기록했고, 올해 들어서도 7월까지 횡령액이 592억7300만원으로 역대 2위 규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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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예지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