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들다며 나랏돈 받더니…770억원 성과급 잔치 벌인 증권사들

부동산 PF(프로젝트 파이낸싱) 부실로 인해 공적 자금을 지원 받은 4개 증권사가 부동산 PF 담당 임직원들에게 지급한 성과보수액이 770억원이나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위험관리를 제대로 하지 못해 공적자금으로 연명하면서도 성과급은 칼같이 챙겼다는 얘기다.
24일 금융감독원은 부동산 PF 익스포저가 있고 지배구조법 적용을 받는 국내 22개 증권사가 작년도 성과에 대해 올해 지급하기로 결정한 성과급이 총 3525억원에 달한다고 밝혔다. 이중 작년 하반기에 공적자금으로 유동성 지원까지 받은 증권사들이 자사 부동산 PF 담당 임직원들에 지급하기로 한 금액만도 770억원이다.


수익은 사유화하고 비용은 사회화하는 행태라는 비판이 나온다. 앞서 증권사들은 지난 몇 년 동안 부동산시장이 좋을 때 연 수억원에서 최대 수십억원 단위의 성과급을 직원들에게 챙겨줬다. 같은 기간 증권사들이 천문학적인 돈을 벌어들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작년부터 미국에서 금리를 크게 인상한 뒤로 부동산 사업장에서도 곡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특히 레고랜드 사태 이후 채권시장 사정이 어려워지자 공적자금을 투입받아 부실한 사업장은 대출 만기를 연장하는 방식으로 연명하고 있다.

물론 성과급의 절대 규모는 작년의 5458억보다는 35.4%가 줄었다. 하지만 부동산PF 관련 유동성지원을 받은 증권사들은 감소율이 21.2%에 그쳤다. 유동성지원을 받았는데도 성과급은 크게 줄이질 않았다는 얘기다.


더 큰 문제는 증권사들이 성과에 대한 보수는 이연지급해야 한다는 원칙을 비롯한 금융당국의 관련 규정까지도 일부 지키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는 점이다. 지배구조법은 성과보수가 장기 성과와 연계될 수 있도록 주식 등으로 이를 지급하고, 40% 이상을 3년 이상 이연지급 하도록 했다. 그러나 상당수 증권사가 성과보수 전액을 현금으로 지급하고 있었다. 현금 비중은 79.7%에 달했다. 주식으로 지급한 금액은 3.3%에 불과했다. 또 이연지급 기간도 최장 9년으로 정한 회사가 있는 반면, 법상 기간인 3년보다 짧게 설정하는 위규 사례가 확인됐다고 금감원은 밝혔다.


보통 사업기간이 수년에 달하는 부동산 PF의 경우 사업을 진행하다가 사정이 변경되어 손실이 발생하는 경우 이미 지급하기로 했던 성과보수도 조정을 하도록 돼 있다. 이를 위해 이연지급 원칙이 세워진 것이다. 그런데 일부 증권사들은 손실 발생시 실현된 손실 규모를 반영해 성과보수를 재산정해야 함에도 이를 지키지 않았다. 금감원 관계자는 “5개 증권사의 경우 이연지급 성과보수의 조정 관련 사항을 내규에 전혀 반영하지 않고 있었다”고 밝혔다.

금융감독원은 “부동산PF 사업과 관련하여 과당경쟁을 방지하고, 장기적으로 건전성을 제고하기 위해서는 성과보수체계의 질서 확립과 규제실효성 제고가 필요하다”면서 “미흡사항이 확인된 증권사에 대해 법령의 취지에 맞게 성과보수 체계가 확립·운영될 수 있도록 지도하고, 금투협회 등을 통해 성과보수와 관련한 올바른 시장관행 확립 등 자율 개선도 유도하겠다”고 했다.

<저작권자 ⓒ 매일한국,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박세인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