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금연휴도 다 망쳤는데…역대급 비 예보에 백화점 '초긴장'

소비둔화 급격히 빨라지는데
5월 황금연휴 때마다 폭우
백화점 3사 매출 증가율 '저조'
올 역대급 폭염에 폭우 예고
'실적 보릿고개' 닥치나 시름

올여름 7년 만의 ‘슈퍼 엘니뇨’가 예고된 가운데 유통업계가 날씨 변수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2분기가 시작되는 시점을 전후로 경기 급랭에 따른 실적 타격이 본격화하는 국면에 접어들었다는 분석이 많다.

이런 마당에 예보대로 엘니뇨가 몰고 오는 폭우가 여름에 쏟아지면 실적에 악영향을 미칠 공산이 크다. 유통업계는 이미 연중 최대 대목인 5월의 세 차례 3일간 연휴(근로자의 날, 어린이날, 부처님오신날) 장사를 폭우로 망쳐 근심이 더 커지는 분위기다.

○황금연휴 특수 놓쳐


서울 강수량이 30.2㎜에 달했던 어린이날(5월 5일) 롯데·신세계·현대백화점 3사의 전년 같은 날 대비 매출 증가율은 모두 한 자릿수에 그쳤다. 롯데백화점의 이날 매출은 1년 전보다 5% 늘어나는 데 머물렀다. 롯데가 연휴 시작 전 기대했던 증가율은 두 자릿수였다.

신세계백화점은 7.9%의 매출 증가율을 나타냈다. 올해 어린이날이 마스크 규제가 완전히 풀린 뒤 맞는 첫 번째 어린이날이었다는 점, 백화점 3사의 지난해 어린이날 전년 동기 대비 매출 증가율이 30~40%에 달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백화점 입장에서 실망스러운 성과다.

부처님오신날이 끼어 있던 지난달 27~28일에도 이틀간 73.6㎜ 폭우가 쏟아져 유통사에 타격을 입혔다. 현대백화점의 경우 이 기간 매출이 지난해 5월 마지막 주말(28~29일)보다 4.3% 증가하는 데 그쳤다.

지난해에는 현대백화점 매출이 1년 전 5월 마지막 주보다 34.9% 불어났다. 유통업계에선 지난해부터 본격화한 인플레이션의 여파로 각종 소비재 가격이 크게 오른 게 매출에 반영된 점을 감안하면, 실질적인 판매량은 급격히 감소했을 것으로 추정한다.

이 같은 유통사들의 지난달 황금연휴 기간 실적 부진의 근간에는 가속화하는 경기 둔화가 깔려 있다. 고금리·고물가에 따른 가처분소득 감소로 각 가계의 씀씀이 축소가 3~4월을 기점으로 가속화하는 양상이다.

명품 열풍 등에 힘입어 2020년 이후 초고속 성장을 거듭해온 백화점의 경우 전체 평균으론 가까스로 한 자릿수 매출 증가율을 나타내고는 있다. 하지만 일부 점포와 품목은 매출 감소폭이 예상보다 커 업계가 충격에 빠진 것으로 알려졌다.

○본격 고비 이제부터

이런 와중에 슈퍼 엘니뇨란 대형 변수까지 예고됐다. 엘니뇨는 태평양 적도 지역 해수면 온도가 3개월 이동평균으로 평년보다 0.5도 이상 높아지는 현상이다.

폭염과 함께 폭우를 동반해 오프라인 유통업계엔 악재로 꼽힌다. 소비자들을 집안에 묶어두는 것은 물론이고 여름엔 폭우로 인해 레저용품, 겨울엔 따듯한 기온으로 인해 방한용품 판매가 타격을 받게 된다.

늦여름 발생한 엘니뇨로 따뜻한 겨울이 닥친 2015년 백화점과 대형마트의 방한용품 판매가 급감한 게 대표적 사례다. 그해 신세계 백화점 부문의 상품 매출은 1조1533억원으로, 전년 대비 1.6% 감소했다.

2015년은 우리나라가 중국 경기 호황에 따른 반사이익을 톡톡히 누리는 시기였다.

주영훈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오프라인 유통 채널은 지난해 하반기부터 시작된 리오프닝 효과로 인해 매출 기저가 상당히 높기 때문에 하반기엔 난항이 예상된다”며 “주요 오프라인 유통채널의 기존점 성장률은 물가상승률을 웃돌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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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진영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