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감 백신, 분배 과정서 냉장차 차문 열어두거나 상온에 일정 시간 방치
정은경 질병관리청장 “국가 인플루엔자 예방접종 사업 품질 확인될 때까지 일시 중단”
전국적으로 무료 인플루엔자(독감) 백신을 접종하려던 질병관리청이 갑자기 공급 중단을 선언한 것은 백신이 배송하는 과정에서 일부 물량이 상온에 노출됐기 때문으로 파악됐다.
백신 수송을 맡은 ‘신성약품’은 올해 처음으로 독감 백신 조달 계약을 따낸 것으로 확인됐다.
이 회사는 냉동차에서 냉장차로 백신을 옮겨 싣는 배분 작업을 야외에서 진행하면서 차 문을 열어두거나 백신 제품을 판자 위에 일정 시간 방치한 것으로 전해졌다.
질병관리청은 올해 조달 입찰이 지연되면서 이 업체가 냉장유통 준비를 충분히 못한 상태로 계약을 체결한 데다, 백신 배송에 대한 경험 부족으로 상온 노출 문제가 빚어진 것으로 보고 있다.
그간 백신을 조달했던 업체들이 ‘입찰방해’ 혐의로 검찰 조사를 받는 바람에 제조사로부터 백신 공급 확약서를 충분히 확보하지 못하는 사정이 생겼고, 제조사 대부분으로부터 확약을 받은 신성약품이 당시 질병관리본부로부터 계약을 따냈다.
현재 상온 노출로 문제가 된 물량은 신성약품이 조달한 총 1259만 도즈(1회 접종분)다. 이 중 500만 도즈는 이미 의료기관에 배송된 상태다.
질병관리청은 이 업체가 제조사로부터 백신을 받아 보건소와 병원에 배송하는 과정에서 일부 물량을 상온에 노출했다는 신고를 받고 21일 긴급하게 국가접종사업을 중단했다.
백신은 일정한 냉장 온도에서 배송·보관되지 않으면 품질에 이상이 생길 수 있다. 이 때문에 온도 관리가 상대적으로 용이한 창고에서 분배 작업이 이뤄져야 한다.
하지만 이 업체가 고용한 일부 배송 기사들은 공터 등에 모여 백신을 분배하면서 냉장차의 문을 한참 열어두거나, 판자 위에 박스를 쌓아두고 확인 작업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런 사실은 과거 백신을 다룬 경험이 있었던 몇몇 배송 기사의 지적으로 처음 외부에 알려졌고, 질병관리청은 전날 오후에 관련 신고를 받았다.
정은경 질병관리청장은 22일 긴급 브리핑을 통해 “오늘부터 시작되는 국가 인플루엔자 예방접종 사업을 품질이 확인될 때까지 일시 중단할 계획이다”고 밝혔다.
정 청장은 “품질검증에 만전을 기하기 위해 전체 대상자에 대한 예방접종을 일시 중단하고, 이 부분에 대한 확인 후에 순차적으로 예방접종을 재개하겠다”며 “지난 8일부터 시작된 2회 접종 어린이 대상자에게 공급된 백신은 별도의 다른 공급체계로 공급된 백신이기 때문에 대상 물량이 아님을 말씀드린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현재 문제가 제기된 백신은 유통하는 과정상의 냉장온도 유지에 문제가 제기된 제품으로, 제조상의 문제와 제조사의 백신 생산상의 문제는 아니라는 점도 분명하게 말씀 드린다”고 강조했다.
이어 “해당 백신은 모두 식품의약품안전처의 백신검정과정을 통과해 공급된 제품이고, 이 제품이 의료기관까지 전달되는 과정상 냉장온도가 일부 유지되지 않았다는 문제제기가 있어 그 부분에 대한 조사를 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정 청장은 “질병관리청은 해당 업체의 인플루엔자 백신공급을 즉시 중단했고, 이미 공급된 백신에 대해서는 품질을 검증한 후 순차적으로 백신접종을 재기할 계획이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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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환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