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격한 경기하강" 바이든-매카시 회동 앞두고...옐런, 또 디폴트 경고

"부채한도를 높이지 못하면 급격한 경기 하강(steep economic downturn)이 초래될 것이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케빈 매카시 하원의장의 부채한도 관련 회동을 앞두고 재닛 옐런 미국 재무부 장관이 재차 채무불이행(디폴트) 발생 가능성을 경고했다. 자칫 초유의 국가 디폴트가 발생할 경우 말 그대로 '경제·금융 재앙'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옐런 장관은 7일(현지시간) ABC방송 '디스위크'에 출연해 "(부채한도 도달로)몇 달간 특별조치를 취하고 있으나 그 능력조차 바닥나고 있다"며 "의회가 부채한도를 올리지 않을 경우 6월 초에는 청구서를 지불할 수 없는 날이 올 것"이라고 밝혔다. 미국은 지난 1월 31조4000억달러 규모의 부채한도를 모두 소진한 상태며 현재 특별조치로 협상 시간을 벌고 있지만, 이마저도 한계에 다다르고 있다.

옐런 장관은 "(디폴트 시) 미 역사상 초유의 사태가 될 것"이라며 "금융, 경제 혼란이 뒤따를 것이라는 데 모두가 동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미 국채는 국제 금융시스템의 근간이 되는 가장 안전한 기반 채권"이라며 "미국이 부채를 상환하지 못할 경우 우리의 신용도에도 의문이 생길 것"이라고 우려했다.

또한 "(디폴트) 날짜가 매우 가까워짐에도 의회가 조치에 나서지 않는다면 금융시장에 이에 대한 결과가 나타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그는 과거 부채한도 상향 과정에서 의회 대치가 극에 달했던 2011년을 콕 짚어 언급하며 "증시는 급락했고 신용등급은 강등됐다"고 당시 시장 혼란 상황을 강조하기도 했다. 미 백악관 경제자문위원회는 이달 초 디폴트에 따른 경제적 피해 시나리오를 공개하고, 장기화 시 증시가 45% 폭락하고 일자리는 최대 830만개 사라질 수 있을 것이라고 추산했다. 싱크탱크 브루킹스연구소는 디폴트 발생 시 미 달러화의 기축통화 지위가 흔들릴 것으로 우려했다.


옐런 장관의 경고 발언은 오는 9일 부채한도 논의를 위해 바이든 대통령과 여야 상·하원 지도부 간 회동이 예정된 가운데 나왔다. 공화당을 압박하기 위한 발언이다. 하원 다수당을 차지한 공화당은 현재 대규모 정부 지출 삭감을 전제조건으로 내세우며 조 바이든 행정부의 부채한도 상향에 반대하고 있다. 앞서 지난달 하원에서 가결된 공화당 주도의 부채한도 법안에도 국가부채 한도를 1조5000억달러 상향하는 대신, 기후변화 기금 폐지 등을 통해 2024년 연방정부 예산을 2022년 수준으로 맞추는 내용이 담겼다. 반면 백악관과 민주당은 부채한도는 협상의 대상이 아니라며 조건 없는 상향을 요구 중이다.

옐런 장관은 오는 9일 회동에 대해 "앞서고 싶지 않다"면서 "협상은 미국 국민의 머리에 총을 겨눈 채 진행돼선 안 된다"고 말했다. 그는 "의회가 책임을 다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세계 금융시스템에서 미국 가계의 경제적 재앙을 위협하는 것은 용납할 수 없는 일"이라고 비판했다. 이날 옐런 장관은 1960년 이후 미국의 부채한도가 총 78차례 상향됐으며 공화당의 도널드 트럼프 전 행정부에서 3차례 모두 초당적 지지를 받았다는 점도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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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진영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