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2019 코스닥 ‘기술성장기업’
15곳중 6곳 영업손실 위험 수준
기술 개발-투자심리 회복 숙제로
업계 “옥석 가리기 돌입” 분석도
최근 바이오 업계가 기술 개발 등에서 두각을 나타내지 못하며 ‘자금줄’이 말라가고 있다. 일부 기업은 실적과 투자가 동시에 부진해지며 관리종목 지정 위기에 놓였다.
2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2018년 4분기(10∼12월)부터 2019년 1∼3분기(1∼9월) 사이 코스닥에 기술성장기업으로 상장한 바이오 기업 15곳 중 6곳이 지난해 법인세비용차감전계속사업손실(법차손)이 자기자본 대비 50%를 넘은 것으로 나타났다.
법차손은 법인세 비용을 차감하기 전 당기순손실을 의미한다. 연간 매출액 30억 원 미달, 사업연도 3년 중 2년간 법차손 규모가 자기자본의 50% 이상이 되면 관리종목으로 지정돼 상장폐지 위기에 놓인다. 기술평가특례 혹은 성장성특례로 상장한 기술성장기업의 경우 매출 조건은 5년, 법차손 조건은 3년간 미적용된다.
이에 따라 2019년 상장한 기업은 2021년 유예기간이 끝나 지난해부터 법차손 조건을 적용받기 시작했다. 적용 대상인 바이오 기업 15곳 중 6곳은 지난해 법차손 규모가 자기자본의 50%를 넘어 올해까지 법차손 조건에 해당하는 경우 관리종목으로 지정된다.
한 바이오 기업 관계자는 “기술 수출을 통해 자기자본을 확충하는 것이 목표이지만, 3자배정 유상증자 등으로 자금을 조달하는 것도 고려하고 있다”고 했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현재의 자금난이 당분간 이어질 것이라는 우려가 흘러나오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이후 국내 바이오 업체들이 뚜렷한 기술개발 실적을 내지 못하고 있는 데다 바이오 산업에 대한 투자 심리가 회복되지 않고 있어서다.
2020년 이후 2년간 여러 바이오 기업이 코로나19 치료제와 백신을 개발한다며 자금 조달에 나섰지만 실제 성과로 이어진 기업은 극소수다. 셀트리온의 코로나19 치료제 ‘렉키로나’와 SK바이오사이언스의 코로나19 백신 ‘스카이코비원’이 개발에 성공했지만 상업적으로는 큰 실적을 나타내지 못했다. 여기에 미국의 금리 인상 기조가 더해지며 바이오 산업으로 흘러가던 돈의 흐름이 끊긴 것이다.
바이오 기업들이 무분별하게 발행한 전환사채(CB)도 문제점으로 꼽힌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2020∼2021년 바이오 기업이 발행한 CB 총액은 약 3조1650억 원으로, 이전 5년간 발행한 CB 총액(2조5900억 원)을 크게 웃돈다.
김현욱 현앤파트너스 대표는 “CB를 발행할 때보다 현재 바이오 기업들의 주가가 많이 떨어졌기 때문에 당시 CB에 투자했던 투자기관들이 올해 말에서 내년 초 조기상환청구권(풋옵션)을 행사할 가능성이 크다”고 했다. 새롭게 자금 조달을 받아야 하는 상황에 빚까지 갚게 될 지경에 이른 셈이다.
업계 관계자는 “투자 자본이 한정되며 기술성장기업으로 상장했던 기업들을 대상으로 한 ‘옥석 가리기’에 들어간 것”이라며 “실력있는 기업이 살아남아야 바이오 산업 전반의 기초체력이 강해질 수 있다”고 했다.
<저작권자 ⓒ 매일한국,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박진영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