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간호사 갈등 고조...의사협회 "반드시 저지" 결의
정부는 당정이 마련한 간호법 중재안(간호사 처우 등에 관한 법률)으로 접점을 모색하고 이번 주 간호 인력 근무 환경 개선 방안을 예정보다 이르게 내놓는 등 '간호사 달래기'에 주력할 계획이다. 다만 간호협회는 중재안을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이라 전망은 어두운 상황이다.
24일 보건복지부 등에 따르면 조규홍 장관은 이날부터 5박 7일간의 윤석열 대통령 미국 국빈 방문 일정 수행단으로 출국할 예정이었으나 간호법 본회의 사안의 심각성을 고려해 일정을 전격 취소했다. 해외 일정을 취소한 조 장관은 27일 본회의 전까지 각 직역 단체 및 관계자들과의 간담회 등을 이어가며 막판 중재에 나설 예정이다.
조 장관은 지난주에는 대한간호협회(17일), 병원간호사 회장단(19일), 이대목동병원 현장 간호사(20일) 등 간호사들과 연이어 간담회를 가졌다. 21일에는 복지부 장관으로는 처음으로 대한간호조무사협회도 방문했다. 대한의사협회와 대한간호조무사협회 등 13개 보건의료단체가 구성한 '보건복지의료연대'는 지난 주말인 16일 '간호법 저지 총파업 결의 대회'를 열고, 간호법이 통과하면 파업에 돌입할 수 있음을 시사한 바 있다.
이번 주말에는 대규모 집회는 개최하지 않고 내부 의견 수렴에 주력했다.
의협은 전날 서초구 더케이호텔서울에서 개최한 정기대의원총회에서 간호법 및 의료인 면허취소법 저지를 결의했다. 대의원총회는 간호법 저지 활동을 위한 비상대책위원회 활동 연장을 만장일치로 지지했다. 이필수 의협 회장은 "의료체계를 붕괴시키고 국민의 건강과 생명을 지키는 데 해가 되는 의료악법이 폐기되는 끝까지 싸워나가겠다"며 "생즉사 사즉생의 각오로 저지하겠다"고 말했다. 의협은 본회의 전날인 26일 더불어민주당 당사 앞에서 간호법 반대 집회도 개최할 예정이다.
간호조무사협회(간무협)는 25일에 1000여명이 개인 연가를 활용해서 참여하는 경고성 파업을 진행한다고 예고했으며, 간호법 통과 시 단독으로라도 총파업 투쟁에 돌입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에 맞서 간호협회는 연일 국회 앞에서 하는 간호법 제정 촉구 집회를 이번 주말에는 쉬고 23일부터 다시 이어가기로 했다. 간호협회 관계자는 "간호법 제정안 원안은 2021년 3월 발의된 이후 공청회와 상임위 법안소위를 거쳐 여야와 정부가 고심 끝에 만든 법안인데 이제 와 중재안을 대안으로 들고나오는 것은 법안을 뒤집어엎는 것"이라며 "중재안을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라고 강조했다.
복지부는 본회의 전까지 간호협회를 최대한 설득해 간호법 중재안으로 접점을 모색하고, 의협이나 간무협 등의 파업도 자제를 요청한다는 방침이다. 간호법 중재를 위한 현장 간담회 일정도 이번 주에 계속 이어진다. 특히 간호사 인력 부족과 업무 부담 등 처우를 개선하는 방안을 오는 25일 발표할 계획이다.
복지부는 올해 1월 간호협회 등과 '제2차 간호인력 지원 종합대책 수립 협의체'를 구성해 근무 환경 개선 방안을 논의해 왔다. 당초 세계 간호사의 날인 5월 12일에 맞춰 발표할 예정이었으나, 간호법 갈등과 맞물려 예정보다 일찍 대책을 발표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복지부 관계자는 "간호법이 제정된다고 해서 간호사의 인력 부족과 처우, PA간호사(진료보조 간호사) 등 현장 인력이 겪는 주요 문제가 모두 해결되는 것은 아닌 만큼, 별도의 개선 방안을 수립 중"이라며 "국민 안전과 건강을 위해 의료 현장이 무너지는 일을 막고자 최대한 중재에 매진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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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진영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