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스키 '뜨거운 인기'
유통가 행사에 '오픈런' 줄이어
10일 오전 9시 서울 역삼동 소재 편의점 GS25 '지에스강남점'에는 위스키를 사려는 소비자들이 줄을 길게 섰다. GS리테일이 이날 오전 10시부터 GS25와 슈퍼마켓 GS더프레시 총 72개 점포에서 진행하는 위스키 판매 행사 '위-런'(위스키+오픈런) 행사 때문이다. GS리테일 관계자는 "역대 최대 물량을 준비한 네 번째 위-런 행사의 첫날 주요 점포에서 '발베니12년산'이 품절됐다"고 말했다.
과거 '아저씨 술'로 불리던 위스키의 인기가 뜨겁다. 유통가에서는 MZ(밀레니얼+Z) 소비자를 중심으로 위스키를 사기 위해 매장 개점 전부터 줄을 서 기다리는 '오픈런' 사례가 줄을 잇고 있다.
편의점·마트 앞에 위스키 사려 줄 섰다.
12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올 들어 대형마트부터 백화점, 편의점까지 다양한 위스키 관련 행사를 쏟아내고 있다. 구하기 어려운 고급 위스키의 경우 한정수량만 풀리는 만큼 행사 시작 전부터 오랜시간 줄을 서 구입하는 사례도 적지 않다. 애플리케이션(앱)으로 예약을 받는 경우 '피케팅(피 튀길 정도로 치열한 표 구매)' 수준이라는 후문이다.
1월에는 대형마트 이마트가 진행한 위스키 행사에서 고객들이 아침부터 길게 줄을 서는 진풍경이 벌어졌다. 당시 발베니 12년의 경우 행사 당일 오전에 준비물량 6000병이 동이 났다. 위스키에 음료를 타서 마시는 하이볼로 유명한 산토리 가쿠빈은 당일 1만병 이상이 팔려나갔다. 지난달에는 세븐일레븐이 3개 점포에서 진행한 '위스키 오픈런'에서 30여 분만에 준비한 상품이 완판됐다.
세븐일레븐 관계자는 "행사는 주말이 아닌 평일이었지만 인기 위스키를 구입하고자 하는 사람들이 오전 8시부터 편의점 앞에 줄을 섰다. 위스키가 다양한 연령층에서 인기를 얻고 있는 만큼 올해 더욱 가파른 성장세를 보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홈술 열풍이 이끈 '독주'의 귀환…프리미엄 위스키도 웃는다
위스키 인기를 촉발한 것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이후 분 ‘홈술’ 열풍이다. 집에서 술을 마시는 홈술족이 늘어나면서 유흥업소보다 저렴한 가격에 위스키를 접한 MZ세대 입문자가 늘어났다는 분석이다.
일례로 대형마트와 편의점 등에서 가정용 위스키 매출이 꾸준히 성장세를 나타냈다. 편의점 CU에서 위스키 등 양주의 전년 대비 매출 증가율은 2020년 59.5%에 이어 2021년 99%로 뛰었다. 관련 매출은 지난해 48.5% 급증한 데 이어 올해(2월 기준)도 38.8%를 기록하며 두 자릿수 증가율을 이어가고 있다. 대형마트에서도 유사한 흐름이 나타났다. 지난해 이마트의 위스키 매출은 전년보다 30% 이상 늘었고, 올해도 전년 동기보다 20%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그 결과, 지난해 위스키류 수입액은 15년 만에 최대 규모를 기록했다. 관세청에 따르면 지난해 스카치·버번 등 위스키 수입액은 2억6684만달러로 전년보다 52.2% 급증했다.
코로나19 사태로 유흥시장이 직격탄을 맞아 주춤했던 위스키 수입액은 홈술과 하이볼 유행에 힘입어 회복세를 나타냈다. 2019년 1억5393만달러에서 2020년 1억3246만달러로 쪼그라든 위스키 수입액은 2021년 1억7534만달러로 반등했고, 지난해에는 2007년(2억7029만달러) 이후 최대치를 기록했다.
특유의 풍미를 즐길 수 있는 위스키의 매력에 빠진 소비자가 늘자 업계에선 프리미엄 제품 출시도 줄을 이었다. 21년 이상의 고연산 제품으로 소비자 지갑을 연다는 방침이다.
윌리엄그랜트앤선즈코리아는 싱글몰트 위스키 글렌피딕의 타임 리:이매진드 컬렉션을 출시했다. 글렌피딕 30년·40년·50년 3종으로 구성된 컬렉션이다. 디아지오코리아도 카메론 브리지 26년을 국내에 내놨다. 페르노리카코리아의 경우 로얄살루트 30년을 지난해 한정판이 아닌 정규 라인으로 선보인 바 있다.
미구엘 파스칼 페르노리카코리아 마케팅 총괄 전무는 지난해 로얄살루트 30년 출시 당시 "팬데믹(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사태의 세계적 대유행) 이후 한국 소비자의 위스키 소비가 크게 증가했다. 특히 21년 이상 고숙성 제품에 대한 관심이 늘고 있어 하이엔드 위스키 시장 성장 가능성이 높다"고 평가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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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차영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