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시가, 시세 역전?..국토부, 현실화율 수정 나선다

집값은 떨어졌는데 세금 근거인 공시가는 올라
수정안 이르면 11월 발표…내년부터 적용

국토교통부가 전 정부 때 추진한 '공시가 현실화 계획'을 전면 수정할 방침이다. 올 들어 집값이 큰 폭으로 떨어지면서 공시가격이 시세를 웃도는 역전 현상마저 발생하는 상황이다.

13일 정부와 국회 등에 따르면 국토부는 이르면 내달 공시가격 현실화 계획 수정안을 발표하고 내년부터 적용하기로 했다. 국토부는 2020년 11월 공시가격 현실화 로드맵을 발표하고 당시 시세의 60% 내외이던 공시가를 2030년까지 시세의 90% 수준으로 끌어올리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공시가는 재산세와 종합부동산세 등의 과세 기준이 될 뿐 아니라 건강보험료, 기초연금 등 복지 제도의 기초로 쓰이는 등 67개 행정 제도의 기준으로 활용된다. 이 때문에 집 한 채를 가진 소득이 적은 노년층이 무리한 세금을 내거나 각종 복지제도에서 탈락할 수 있어 현실화율 목표가 과도하다는 지적이 많았다.

여기에 최근 들어서는 주택 가격이 대폭 하락해 일부 지역에서는 공시가가 시세보다 높은 경우마저 생기고 있다. 국토부가 유경준 국민의힘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서울 강북구와 도봉구, 대구 수성구와 달서구, 세종시, 수원영통구 등에서 재산세 납부 시점인 지난 7월 부동산 시세가 1년 전 대비 10% 이상 하락한 사례가 나왔다. 이 상황에서 현실화율을 90%로 설정한다면 공시가가 시세를 넘어설 가능성이 있다.

원희룡 국토부 장관도 공시가 현실화율 로드맵에 대한 수정 의지를 내비쳤다. 원 장관은 지난 6일 국토부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상식적으로 볼 때 시세는 늘 변동이 있는 것인데 날아다니는 시세에 맞춰 90%까지 가겠다는 것 자체가 무리한 얘기"라며 "이상론적이고 정부만능적인 정책이었다"는 평가를 내렸다.

원 장관은 제주도지사로 있던 지난해 "표준주택에 대한 정확한 실태조사 없이 국토부와 부동산원의 기준이 제멋대로 이뤄져 있어 이대로 세금을 메기는 것은 부당하다"며 "공시가는 세금의 직접 근거가 되기 때문에 정부가 일방적으로 90%로 올리겠다는 것은 조세법률주의에 위배된다"고 비판한 바 있다.

한편 정부는 공시제도의 정확성과 신뢰성에 대해 꾸준히 문제제기가 발생했던 만큼 제도 전반에 대한 다각적 개선 방안도 살펴보고 있다. 공시가격을 활용하는 행정제도에 다른 가격기준을 적용할 수 있는지도 검토 중이다. 개선방안은 내년께 나올 예정이다.

<저작권자 ⓒ 매일한국,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문차영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