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준금리 인상→이자 부담 상승→관망세 뚜렷→주택 거래 '뚝'
서울 아파트 매매 거래량·매수심리 최저…"금리 인상기 지속"
한국은행이 석 달 만에 또 '빅스텝'(기준금리를 한 번에 0.5%p 인상)을 단행하면서 가뜩이나 가라앉은 부동산 시장은 더 얼어붙을 것으로 보인다.
한국은행 빅스텝 결정 이후 아파트를 사겠다는 심리가 급격히 위축돼 거래절벽이 넘어 부동산 시장이 완전히 얼어붙는 빙하기에 진입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또 이번 금리 인상으로 대출 금리가 치솟으면서 이른바 '영끌족'(영혼까지 끌어모아)과 '빚투족'들의 타격이 불가피하다.
특히 올 연말에는 주택담보대출(주담대) 금리 상단이 8%대까지 진입하면서 집값 하락세가 더욱 가팔라질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시세차익을 기대하고 무리한 대출을 받아 내 집을 마련했으나, 집값이 하락하고, 대출 이자는 늘어나면서 2030세대 영끌족의 이른바 '페닉셀링'(공포에 의한 투매)이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집값이 본격적인 하락 조정 국면에 접어들었으나, 거래가 사실상 끊기면서 금융 부담이 커진 영끌족의 매물 출회가 가속화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는 지난 12일 치솟는 물가를 저지하기 위해 기준금리를 연 2.5%에서 연 3.0%로, 0.5%p(포인트) 인상했다. 한은 기준금리가 3%대가 된 것은 지난 2012년 10월 이후 10년 만이다. 게다가 4월, 5월, 7월, 8월에 이은 5차례 연속 기준금리 인상도 처음이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높은 물가 오름세가 지속되는 가운데 환율 상승으로 물가 추가 상승 압력과 외환 위험이 증대되는 만큼 대응 강도를 높일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지난 8월 서울 아파트 매매 거래량이 역대 처음으로 1000건을 밑돌았다. 국토교통부가 발표한 8월 주택 통계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매매 거래량(신고일 기준)은 907건으로 집계됐다. 이는 7월 대비 10.6%, 전년 동월 대비 68.1% 감소한 수치다. 월별 기준으로 서울 아파트 매매 거래량이 1000건 미만을 기록한 것은 2006년 관련 통계 집계 이후 처음이다.
8월 전국 아파트 매매 거래량은 1만9516건으로 전월 대비 10.6%, 전년 동월 대비 68.1% 급감했다. 서울을 포함한 수도권에서는 5465건의 아파트 매매거래가 성사되면서 전월보다 17.6%, 전년 동월보다 78% 줄었다.
서울 아파트값은 19주 연속 내림세를 이어가고 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지난 3일 기준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은 전주 대비 0.20% 하락했다. 하락폭은 전주(-0.19%)보다 0.01%p 확대됐다. 지난 5월 마지막 주에 하락(-0.01%) 한 뒤 19주째 연속 하락세다.
추가 기준금리 인상 예상과 집값 하락세로 주택 매수심리가 뚝 떨어졌다. 정부가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과 세종시를 제외한 지방 전역을 부동산 규제지역에서 해제했으나, 한 번 꺾인 매수심리는 좀처럼 회복되지 않고 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지난달 26일 기준 전국 아파트 매매수급지수는 84.8로 전주(85.9)보다 하락했다. 이는 2019년 10월 둘째 주(84.8) 조사 이후 약 3년 만에 가장 낮은 수치다. 서울 아파트 매매수급지수도 78.5로 전주(79.5) 대비 하락하며 2019년 6월 이후 가장 낮았다. 이 지수는 100을 기준으로 0에 가까울수록 집을 팔려는 사람이, 200에 가까울수록 사려는 사람이 많다는 것을 의미한다.
전문가들은 주택 가격 하방 압력과 거래절벽 현상이 더 심화할 것으로 내다봤다.
김효선 NH농협은행 부동산수석위원은 "경제불안 등 거시경제 상황이 부동산 시장에 크게 영향을 미치는 가운데 금리마저 빠르게 오르면서 공포심이 커질 가능성이 높다"며 "대출금리도 예상보다 빠르게 오르면서 부동산 시장 참여자들의 이자 부담은 가중되는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전년도 높은 대출로 내집마련을 했던 영끌족들의 주요 매입지역인 서울 외곽 및 경기도 GTX 개발 호재 지역들은 최근 먼저 큰 폭으로 호가가 조정되고 있고, 사실상 거래는 끊긴 상황이기 때문에 불안감은 더욱 커질 수 밖에 없다"며 "일부 주택 대기 수요자들은 기준금리 인상기 직후를 매입 적기로 보고 관망세를 취하고 있어 금리 인상기가 끝날 때까지 이런 현상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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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차영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