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자 폭탄' 예고.. 38만가구, 집 팔아도 빚 못 갚는다

작년 69조.. 전체 금융 부채 6% 넘어
빅스텝 땐 직격탄.. 이자만 수천억 ↑

▲ 집 등 보유자산을 다 팔아도 빚을 갚을 수 없는 고위험 가구가 38만 가구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은 10일 서울 인왕산에서 바라본 서울 시내 전경. 연합뉴스
전국 38만여가구가 집을 비롯해 전 재산을 다 팔아도 빚을 갚지 못하는 ‘고위험’ 상황인 것으로 나타났다. 고위험 가구가 진 빚은 전체 금융 부채의 6%를 넘는 69조원에 이른다. 미국이 돈줄을 강하게 죄면서 시중 금리가 급등하고 있는 가운데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이달 12일 ‘빅스텝(한꺼번에 기준금리 0.5%포인트 인상)’을 단행할 경우 고위험 가구가 직격탄을 맞을 것으로 보인다.

10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강준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한은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2021년 말 금융 부채 고위험 가구는 38만1000가구로 전체의 3.2%를 차지했다. 전체 금융 부채의 6.2%인 69조4000억원이 이들 몫이다. 한은은 자산을 모두 매각해도 빚을 갚기 어렵고(자산대비부채비율(DTA) 100% 초과) 가처분 소득 대비 원리금 상환 부담이 큰(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40% 초과) 가구를 고위험으로 분류하고 있다.

고위험 가구보다 범위가 넓은 ‘취약 차주’ 비중은 지난 6월 말 기준 6.3%로 집계됐다. 취약 차주란 금융사 3곳 이상에서 돈을 빌린 다중 채무자면서 소득 하위 30%거나 신용 점수가 664점 이하인 사람을 가리킨다.취약 차주는 소득이 적은 데다 상대적으로 고금리 대출 상품을 이용하고 있는 만큼 금리 상승기에 더욱 불리하다. 한은 분석에 따르면 기준금리가 0.5%포인트 인상될 경우 취약 차주가 갚아야 하는 이자는 연 3000억원 증가한다. 기준금리가 1%포인트 상승한다면 취약 차주 이자 증가 폭은 7000억원에 이른다.

한은 금통위는 이달 빅스텝을 단행할 것으로 보인다. 소비자 물가 급등세가 꺾였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상승률은 5%대 중반을 유지하고 있고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연준)가 4번째 자이언트스텝(한꺼번에 기준금리 0.75%포인트 인상)을 단행할 것이 유력한 상황이다.

연준이 지난달 20~21일(현지 시각) 연방공개시장위원회 정례회의에서 3연속 자이언트스텝을 단행한 뒤 미국 기준금리는 3~3.25%가 돼 한국과 격차가 0.75%포인트로 벌어졌다. 한은 금통위가 이달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상하면 11월 초 연준이 0.5%포인트만 인상하더라도 한-미 기준금리 격차는 1.5%포인트가 된다. 양국 간 기준금리 차이가 1%포인트 이상 벌어지면 물가 상승 압력이 커져 한은 금통위도 빅스텝 단행이 불가피하다는 시장 관측이 우세하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지난 7월 금통위 이후 간담회에서 향후 기준금리 0.25%포인트 인상을 시사했지만 최근 입장을 바꾼 상태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지난달 26일 기재위 전체회의에서 “당초 미국의 연말 최종 기준금리가 4% 선에서 머물 것으로 예상했는데 지금은 4.4% 이상으로 올라간 상태”라면서 “물가와 성장, 외환 시장 등에 미치는 영향을 금통위원들과 면밀히 검토한 뒤 (빅스텝 단행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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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차영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