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기화되고 있는 국내 물가 오름세가 예상보다 오래 지속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가격변동이 큰 식료품이나 에너지를 제외한 근원물가를 중심으로 향후 5~6%대의 높은 물가 오름세가 6개월 이상 이어질 것이라는 관측이다.
7일 한국은행은 '고인플레이션 지속가능성 점검' BOK이슈노트 보고서를 통해 "최근 물가 오름세가 꾸준히 높아지면서 인플레이션 지속성도 크게 확대된 가운데 높은 물가 오름세가 예상보다 오래 지속될 가능성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한은은 최근 고인플레이션 상황의 지속가능성을 가늠하기 위해 물가에 영향을 미치는 ‘국제 원자재 가격’, ‘수요측 물가압력’, ‘기대인플레이션’, ‘중앙은행의 정책 대응’ 등 리스크 요인을 각각 분석했다.
우선 국제 원자재 가격은 상·하향 불확실성이 큰 가운데 러시아의 에너지 공급 축소, 이상기후에 따른 작황부진 등 공급측 불안요인이 잠재해 있어 유가와 식량가격의 반등 가능성이 있다. 특히 러시아가 최근 독일, 프랑스 등에 대한 천연가스 공급을 전면 중단하면서 에너지 수급불안이 커진 가운데 동절기에 천연가스공급이 원활하지 못할 경우 원유에 대한 대체수요로 유가 상승압력이 증대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더해 국내의 경우 잠재수준을 웃도는 성장을 기반으로 한 수요측 물가 압력이 강한 것으로 분석됐다. 뚜렷한 수요급감 요인이 보이지 않는 가운데 경기침체 우려가 큰 주요 선진국과 달리 우리나라의 GDP갭은 올해에 이어 내년 중에도 플러스(+) 수준이 유지될 것으로 예상된다. GDP갭이 플러스라는 것은 실제 경제 활동이 잠재 GDP보다 높은 수준에서 이뤄지고 있어 앞으로 물가가 상승할 가능성이 크다.
한은은 일반인들의 향후 1년간 소비자물가 상승 전망인 인플레이션 기대심리가 불안해질 경우 물가-임금 상호작용 강화 등을 통해 물가가 더 오를 수 있다고 지적했다. 다만, 현재 국내 장기 기대는 물가목표(2%) 부근에서 안정적으로 유지되고 있는 상황이라고 평가했다. 또 국내 장기 기대인플레이션의 물가목표 안착 정도는 주요 선진국의 평균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한은은 중앙은행 차원의 적극적인 정책 대응이 이뤄져야 한다고 보고 있다. 오강현 한은 조사국 물가동향팀 차장은 “지난 1970~1980년대 미국의 사례처럼 중앙은행의 미흡한 물가 대응은 수요측 물가압력과 경제주체의 기대인플레이션에 영향을 미쳐 지속적이고 높은 인플레이션을 만들어 낼 수 있어 기대심리의 안정을 위한 정책 대응이 지속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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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진영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