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관 원팀 꾸려 年 500억달러 수주"..정부, 맞춤형 전략으로 오일머니 수주

국토부 '해외인프라 수주 활성화 전략' 발표
연내 '지역별 해외 수주 맞춤형 전략' 수립
KNID 자본금, 5000억→2조..PPP투자 확대
단순도급 한계..정부 차원 수주 역량 강화 필요

정부가 연내 지역별 해외 수주 맞춤형 전략을 수립하기로 했다. 민관 합동 ‘원팀 코리아’를 구성하고 정책금융지원을 확대하는 등 해외 건설 수주 확대를 위한 지원에 나선다. 대규모 해외 인프라 공사가 늘어나고 있는 가운데 개별 건설사 역량에 의존하는 것에는 한계가 있다는 판단에서다.

윤석열 대통령은 31일 경남 창원 진해에서 제7차 비상경제민생회의를 주재한 자리에서 “해외건설 재도약을 위해 수주지역 다변화뿐 아니라 건설공사를 매개로 교통망, 5G 등을 전부 패키지화해서 수출하는 새로운 전략적 시도가 필요하다”며 “정책금융기관의 충분한 자금지원을 통해 부가가치가 높은 투자 개발 사업에 진출할 수 있도록 정부가 적극적으로 돕겠다”고 말했다.

사우디 네옴시티를 잡아라…연내 지역별 맞춤 수주전략 수립

국토교통부도 이날 ‘해외 인프라 수주 활성화 전략’을 발표하고 대규모 발주가 예정된 해외국가에 대해 고위급 순방 등을 통한 적극적인 세일즈 외교와 정책금융 지원을 강화하기로 했다. 국토부는 올해 업무보고에서 윤석열 정부 임기 내에 연 500억달러 달성을 목표로 한다고 밝혔다. ‘K-스마트인프라’를 통해 고유가의 중동과 인도·태평양 경제 프레임워크(IPEF)에 속해있는 아시아, 우크라이나와 이라크 재건 등에 집중하겠다고 했다.


정부는 우선 해외 건설사업을 주도하는 한국해외인프라도시개발지원공사(KIND)에 대해 법정 자본금 한도를 기존 5000억원에서 2조원으로 상향하고 도시 인프라 분야의 정부 간 협상(G2G) 지원 기능도 강화한다는 계획이다. 자본금 증가로 직접 투자 여력이 확대되면서 민관협력사업(PPP)수주 지원도 확대해 나갈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KIND는 10개국 18개 사업에 4485억원을 직접 투자했다. 개도국 정부사업에 대한 경협증진자금(EDPF) 금리를 최대 3.5%에서 1.4%로 인하하고 복합개발사업을 위한 자금 간 연계도 강화하는 등 금융 지원도 적극적으로 추진할 방침이다.
수출입은행을 통한 지원 규모도 50조원 이상으로 확대할 방침이다. 정부가 이처럼 해외 건설 사업 지원에 적극적으로 나선 것은 최근 정체된 해외 건설 시장 진출에 새로운 동력을 불어넣기 위해서다. 해외 건설 수주액이 감소했다고는 하나 여전히 반도체, 자동차, 석유제품에 이어 4위의 수출 품목이다. 해외 건설 수주 누계액은 9000억 달러를 넘기도 했다. 현재도 한 해의 해외건설계약액은 국내총생산(GDP)에서 약 2.1%를 차지하고 있으며 고도 경제성장기인 1970년대 해외 건설은 우리나라의 주요한 성장동력이기도 했다.


정부가 ‘제2의 해외 건설 붐’을 일으키기 위한 첫 타깃으로 잡은 해외 건설 프로젝트는 사우디아라비아의 ‘네옴시티’다. 총 사업비만 5000억달러(약 675조원)에 이르는 세계 최대 규모의 초대형 인프라 사업으로 초고층 빌딩, 신재생 에너지, AI(인공지능) 등 최첨단 기술을 적용한 스마트 시티다. 정부는 수출입은행을 통해 4000억원 규모의 PIS 펀드(플랜트·인프라·스마트시티 펀드)를 추가 조성하기로 했다. 사실상 네옴시티 프로젝트 수주를 지원하기 위한 대규모 금융지원책이다.

원전·친환경 산업 수주도 활성화한다. 지난 8월 출범한 원전수출전략 추진위원회를 통해 국가별 원전 수주 전략을 마련하고 체코·폴란드 등 주요 원전 발주국에 고위급 외교단을 파견할 계획이다. 수출입은행은 중동의 주요 에너지·친환경 사업 발주처와 총 500억달러(약 67조원) 규모의 기본여신약정을 체결한다.

“대규모 프로젝트 수주, 정부 세일즈 외교 필수”

시장에서는 정부의 전방위적 지원 방침에 긍정적인 반응을 나타냈다. 지난 30~31일 서울 중구 신라호텔에서 열린 ‘2022 글로벌 인프라 협력 콘퍼런스(GICC)’에서 만난 대형 건설사 대표는 “과거처럼 단순도급형 사업만으로는 해외건설 수주 확대에 한계가 있다”며 “정부가 먼저 나서서 외교적 역할을 해주고 금융 지원을 뒷받침해준다면 해외 시장 진출에 큰 힘이 될 것이다”고 말했다.

여전히 우리나라 해외 건설 수주의 대부분은 도급 사업에 치중해 있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전체 수주의 90.3%인 108억7000억달러가 도급사업이다. 투자개발형 사업은 9.7%에 그친다. 이미 해외 건설 시장에서 중국과 터키 업체의 가격경쟁력을 이길 수 없는 상황이다. 전문가들은 국내 건설사의 수주 역량을 높이기 위해서는 단순도급형에서 벗어나 투자개발형 사업에 더 집중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이를 위해선 정부의 적극적인 금융 지원이 필수다.

손태홍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단순도급형은 발주처 입장에서 시공사가 단순히 기술력이 있는지, 비용이 저렴한지, 품질 관리력이 있는지 우선순위로 꼽는다”며 “하지만 투자개발사업은 발주처나 시행사 모두 리스크가 클 수밖에 없다. 정책금융이 뒷받침된다면 수주 가능성을 높일 수 있을 것이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인도네시아 행정수도 이전이나 사우디아라비아의 네옴시티 등 대규모 프로젝트는 G2G(정부 대 정부) 레벨로 수주 외교가 불가피하다”며 “해외 건설 시장에서 우리나라 수주 경쟁력의 지속 가능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민관 합동으로 원팀 코리아를 구성해 수주 역량을 총동원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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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차영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