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 미래 기술 '인재 발굴' 위해 경영진 직접 뛴다

미래 사업 관련 유망 분야 인재 선점 나서
최고경영자(CEO), 해외 인재 발굴 위한 원거리 출장도

불확실한 경영 환경 속에서 사업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기업들이 우수 인재 양성에 앞 장 서고 있다. 산학 협력을 통한 인재 육성은 물론 최고경영자(CEO)가 직접 글로벌 인재를 찾아 해외로 나서며 미래 대비에 철저한 모습이다.

30일 재계에 따르면 삼성은 이병철 선대회장의 '인재 제일' 창업 이념을 핵심 가치로 삼고, 인재 육성과 조직 성장을 위한 인사 혁신을 이어가고 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도 지난 19일 사장단 간담회에서 반도체·배터리·바이오·디스플레이 등 첨단산업 인재의 선제적 확보를 강조하며 "인재 투자는 아끼지 말라"고 발언한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 DS 부문은 지난 24일까지 서울대·KAIST·연세대·성균관대·포항공대 등 5개 대학의 석·박사 재학생과 졸업생을 대상으로 T&C 포럼을 비공개 개최하기도 했다.

이 포럼은 삼성전자가 반도체 분야의 우수 인재를 확보하기 위해 2016년부터 매년 시행하는 글로벌 채용 설명회다. 주로 해외 대학에서 포럼을 열었지만 올해는 이례적으로 국내에서도 진행했다.

특히 올해 행사는 포럼이 진행되는 각 대학에 주요 경영진까지 방문했다.

이정배 메모리사업부장은 서울대와 성균관대를, 정은승 DS 부문 최고기술경영자(CTO)가 KAIST를 맡았다. 또 최시영 파운드리사업부장이 연세대를, 박용인 LSI사업부장이 포항공대를 찾아 각각 기조연설을 했다.

SK도 BBC로 불리는 ▲배터리(Battery) ▲바이오(Bio) ▲반도체(Chip)를 미래 육성 사업으로 정하고 인재 발굴을 다각화하고 있다.

SK는 지난 6월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글로벌 포럼을 개최했다.

SK이노베이션과 SK텔레콤, SK하이닉스, SK실트론, SK(주) C&C 등 5개 계열사가 참석해 첨단 기술과 글로벌 시장 동향을 공유하는 데 그치지 않고 해당 분야 인재들과 교류하는 방식이다. 최고경영진이 직접 참석해 계열사별 사업과 기술력에 대해 설명하고, 관련 인재를 발굴했다.

SK하이닉스·SK쉴더스·SK온 등 계열사별로 산학 연계도 진행하고 있다.


현대차도 최근 국내 유명 대학과 손잡고 미래차 인재 '직접 육성'에 뛰어들었다.

고려대에 수소·로보틱스 분야 학·석사 통합과정인 '스마트모빌리티학부'를 설립하기로 했다. 졸업 후 현대차 입사가 보장되는 채용 조건형 계약학과다.

해외 대학 박사 과정 인재들을 대상으로 진행하는 '현대 비전 콘퍼런스'도 열었다. 이들을 국내로 초청해 실시한 글로벌 채용 행사로 올해 처음 개최했다.

인공지능(AI), 미래항공모빌리티(AAM), 자율주행, 로보틱스 같은 미래 먹거리 분야 인재도 선점한다는 계획이다.

LG는 반도체에 이어 전장 부문 인재 육성을 위해 채용연계 계약학과 신설에도 나섰다.

LG전자는 내년 상반기부터 한양대와 국민대에 전장 분야 계약학과 석사과정을 운영한다. 완성차 업체가 아닌 기업이 대학과 협력해 전장 분야 교육 과정을 운영하는 것은 처음이다.

전장사업에서 500억원의 영업이익을 거두며 약 6년 만에 처음으로 분기 흑자를 달성하자 조직 확장을 위해 인재 선점에 나섰다는 평가다.

신학철 LG화학 부회장은 미국 현지 채용 행사(Business & Campus tour)를 직접 주관하며 미래 신성장 동력 사업을 이끌 혁신기술 인재 확보에 직접 나서기도 했다.

미국 메사추세츠공대(MIT)와 하버드대, 캐나다 토론토대, 맥길대 등 북미 지역 주요 20여 개 대학에서 친환경 소재, 차세대 배터리 소재 등을 전공한 석·박사 40여 명을 초청해 회사의 향후 비전과 R&D 전략 등에 대해 논의했다. 이 과정에서 미래 사업과 관련한 인재 확보를 중점적으로 추진했다.

업계 관계자는 "계약학과 연계 채용은 기존 채용 대비 안정적으로 전문 인력을 확보할 수 있는 방안"이라며 "최근에는 빠른 속도로 변화하는 산업에 대응하기 위해 글로벌 인재 확보에도 적극 나서는 추세"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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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차영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