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권 이상 외환거래 8.5조원 넘어... 금감원 "추가 검사 실시"

금감원, 검사 진행상황 공개

▲ 지난달 28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정무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업무보고를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국내 은행권의 이상 외환거래 규모가 8조5000억원(65억4000만 달러)을 넘어선 것으로 파악됐다. 금융감독원은 우리은행, 신한은행 외에 거액의 해외송금 정황이 포착된 은행에 대해서도 추가 검사를 실시한다는 방침이다.

금감원은 우리은행과 신한은행을 포함한 은행권의 이상 외환거래 규모는 총 65억4000만 달러(약 8조5000억원)로 집계됐다고 14일 밝혔다. 금감원에 따르면 우리은행, 신한은행 현장검사를 통해 확인된 금액은 33억9000만 달러(4조4723억원)이며, 각 은행이 자체 점검을 통해 발견한 이상 외환송금 의심거래 규모는 31억5000만 달러(약 4조1000억원)다.


의심거래는 가상자산 거래소와 연계된 은행으로부터의 입금 거래가 빈번했다. 가상자산 투기 세력이 가담한 것으로 의심되는 대목이다. 또한 법인은 서로 다른데 대표가 동일하거나 사무실 위치, 직원이 중복되는 등 업체 실체가 불분명한 경우가 많았다. 거래 당사자 외 제3자 송금 시 한국은행에 신고해야 하는 외국환거래법을 따르지 않는 경우도 있었다.

앞서 금감원이 이상 외환송금 검사 중간 결과를 발표할 당시, 대부분 거래가 국내 가상자산 거래소에서 다수의 무역법인 계좌로 자금이 이체된 후 수입대금 지급 명목으로 해외 법인에 송금되는 구조였다고 설명했다. 국내 법인의 경우 설립된 지 얼마 되지 않은 신설 업체가 많았고, 귀금속을 취급하는 기업의 송금 액수가 가장 많았다. 송금처가 된 해외 법인은 가상자산 거래소가 아닌 일반 기업이었고, 홍콩과 일본, 미국, 중국 소재였다. 홍콩 법인에 송금된 금액이 25억 달러(약 3조2800억원)로 가장 많았다.


이복현 금감원장은 지난달 28일 국회 정무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이상 해외송금 사건에서 서류 조작 가능성이 있느냐”는 강민국 국민의힘 의원 질의에 “불법성이 명확해 보이고 그 과정에서 대량 외환 유동성의 해외 유출이 확인됐다”고 말했다.

금감원은 우리은행과 신한은행에 대한 검사를 오는 19일에 종료할 예정이나, 필요 시 연장한다는 방침이다. 이와함께 이상 외환송금 의심거래가 파악된 타 은행에 대해서도 추가 검사를 실시한다는 계획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검사 결과 확인된 위법‧부당 행위에 대해서는 관련 법규, 절차에 따라 엄중 조치할 계획”이라며 “필요시 관련 내용을 유관기관과 공유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저작권자 ⓒ 매일한국,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문차영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