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세관, 현지 한국 기업에 대만 부품 'Made in Taiwan' 대신
'Chinese Taiwan' 써라 통보
이번 제재 조치에는 배터리 등 전자부품 등도 포함돼 중국 현지에 공장을 두고 대만으로부터 부품을 수입해 완제품을 만드는 우리 기업들에게 상당한 피해가 예상된다.
5일 기업들과 중국 현지 소식통에 따르면 중국 세관은 4일 현지에 공장을 둔 한국 기업들에 대만산 원산지(Made in Taiwan 또는 R.O.C : Republic of China) 표기가 돼 있는 부품을 수입하는 경우, 해당 부품을 전면 압수하겠다고 통보했다. 중국 측이 압수를 경고한 품목에는 배터리 등 전자부품을 포함해 핵심 품목도 포함돼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한국 기업들만이 대상인지 중국 본토의 모든 외국 기업들을 대상으로 하는 것인지는 아직 파악되지 않았다.
다만 중국 세관은 '대만(Taiwan)' 단독 표기 대신 ‘Taiwan province of China', 'Taiwan China, Chinese Taiwan' 사용은 가능하다고 한국 기업들에 통보했다. 대만 업체와 대만산 부품을 수입하는 중국 본토 내의 한국 기업들에 대해 원산지 표기에서 ‘일국양제(一國兩制)’를 인정해야만 부품 수입이 가능하도록 해주겠다는 것이다.
일국양제란 ‘하나의 국가, 두 개의 제도(one country, two systems)’를 뜻하는 것으로 중국의 홍콩과 마카오 통치 원칙이며, 대만 통일 원칙을 의미한다.
◆中 생산기지 둔 한국 기업 피해 예상돼= 이로 인해 중국 현지에 생산기지를 둔 한국 기업들은 비상이 걸렸다. 대만으로부터 배터리 부품 등을 수입해 중국에서 조립, 전 세계로 제품을 수출하는 한 한국 기업은 대책 마련에 분주하다.
이 회사 대표는 “중국 측이 원하는 대로 원산지 표기 라벨을 교체하는 등의 방법을 강구하고 있지만 재작업 비용과 이로 인한 납기 지연 등의 문제가 심각할 것으로 예상된다”면서 “원산지 표기를 변경할 경우, 제품에 필요한 각종 인증을 다시 받아야 하는 등의 문제도 생길 수 있다”고 설명했다.
중국에 공장을 둔 한국 기업의 설명대로라면 이미 대만에서 출하를 마친 제품의 포장을 모두 뜯어 원산지 표기를 바꿔야 하고, 선적을 마친 제품도 배를 되돌리거나 하역해 새로 작업을 해야 한다. 또한 원산지 표기 변경 등에 따른 재인증이 필요할 경우 이에 따른 시간이나 비용 문제도 발생할 수 있다.
이외에도 원산지 표기 변경이 일방적으로 이뤄질 경우 당사자 대만과의 외교 문제나 미국과의 관계 등도 신경 쓰지 않을 수 없는 게 현실이다.
일국양제를 나타내는 원산지 표기는 2015년 중국이 법제화했지만 이번에 한국기업 등에 이를 본격적으로 적용한 것으로 보인다.
중국은 지난 2일 펠로시 의장의 대만 방문 전후로 과일과 냉동 꽁치, 갈치 등 수산물과 가공식품의 수입을 중단 조치한 바 있으며, 이번 조치는 이외의 추가적인 조치로 파악된다.
◆中 비중 높은데…한국 기업 불안감 고조= 미·중 관계가 급속도로 냉각되면서 대만을 비롯한 주변국들에 대한 중국에 무역 제재가 이제 시작이라는 점에서 우리 기업들의 불안감은 고조될 것으로 보인다. 중국에 생산기지를 뒀거나 중국 수출비중이 높은 중소기업들은 물론, 사업 규모가 큰 대기업들의 불안감은 특히 커질 전망이다.
우리 중소기업들의 올 상반기 중국 수출은 114억2000만 달러로 상반기 중소기업 전체 수출액(605억 달러)의 19%를 차지할 정도로 비중이 높다. 대기업을 포함한 중국 전체 수출액은 지난 7월 한 달 동안에만 132억 달러로 감소세에 있으나 여전히 중국 의존도가 가장 높다.
산업통상자원부, 중소벤처기업부 관계자는 "중국의 원산지 표기와 관련해 아직 국내기업들로부터 정식으로 접수된 내용은 없다"며 "파악해보겠다"고 밝혔다.
한편, 세계 반도체의 약 절반을 생산하는 대만은 보유하고 있는 앞선 기술을 통해 지난해 중국의 제조공장에 1043억 달러(약 137조원) 어치를 판매했다. 중국이 그동안 대만과의 긴장 관계 속에서도 지난해 양안 교역량은 3283억 달러(약 430조원)로 26%나 증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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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차영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