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까지 칩4 참여 확답 달라는 美...거세지는 反中 전선에 고심하는 정부

대통령실 "美와 '반도체 협력 강화방안' 다양한 채널 논의"

▲ 취임 후 한국을 첫 방문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오른쪽)이 윤석열 대통령과 함께 지난 5월 20일 오후 경기도 평택시 삼성전자 반도체공장을 시찰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미국이 우리 정부에 글로벌 반도체 공급망 문제 대응을 위한 이른바 '칩4 동맹(한국·미국·일본·대만)' 가입 여부를 8월 말까지 알려 달라고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통령실은 "미국과 다양한 채널을 통해 반도체 협력을 강화하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대통령실 핵심 관계자는 14일 오후 용산 청사 브리핑에서 '칩4 동맹'에 대한 견해를 묻는 질문에 "미국은 작년 6월 공급망 검토보고서에서 반도체 분야 파트너십이 중요하다는 것을 여러 번 강조했다"며 이같이 말했다.

다만 "지금 상황에서 대답할 만한 것이 없다"고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미국은 8월 말 '동아시아 반도체 공급망 네트워크' 구상을 위한 첫 실무회의를 개최할 계획이며, 일본과 대만은 이미 참석 의사를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미·중 갈등이 본격화하고 코로나19로 글로벌 공급망에 문제가 생기면서 2020년 후반부터 전 세계적인 반도체 부족 사태가 발생했다. 작은 반도체 칩이 없어 전체 공장 생산라인이 멈춰서는 일이 종종 벌어졌다.


이에 미국 정부는 '전자산업의 쌀'인 반도체를 안정적으로 수급하기 위해 핵심 동맹이자 반도체 생산 강국인 한국, 일본, 대만과 손을 잡아 반도체 공급망을 재편하고 글로벌 주도권을 확보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지난 5월 방한 당시 첫 일정으로 삼성전자 평택 반도체 공장을 찾아 '반도체 동맹'을 강조했다.

문제는 '칩4 동맹'에 중국을 배제하는 포석이 깔려 있다는 점이다. 중국이 국가로 인정하지 않는 대만이 참여 대상에 포함된 것도 중국의 강한 반발을 부를 것으로 예상된다. 윤석열 정부가 이미 지난 5월 '인도·태평양 경제 프레임워크(IPEF)'에 가입한 상황에서 칩4에도 합류한다면 한·중 관계는 더욱 어려워질 것으로 보인다.

반면 불참한다면 한·미 동맹이 흔들릴 수 있고 미국이 주도하는 공급망 재편에서 소외될 가능성도 있다. 미국은 반도체를 시작으로 항공우주, 인공지능(AI) 등 미래 산업 전반에 걸쳐 '새판 짜기'에 나설 것으로 알려졌다. 만약 반도체 협력부터 어긋난다면 향후 우리나라가 미래 성장동력을 확보하는 데 어려움을 겪을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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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차영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