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 사망, 日 잔혹성 겪은 한국과 중국 반응은 복합적"

"한국과 식민지배 둘러싼 역사 갈등 있지만 북핵에는 협력 관계"

▲ 제압당하는 아베 전 총리 저격 용의자 (나라 로이터=연합뉴스) 8일 일본 나라현 나라시 야마토사이다이지역 앞에서 참의원 선거 유세활동을 하던 아베 신조 전 일본 총리(67)를 총기로 저격한 용의자 야마가미 데쓰야(아래·41)가 범행 직후 제압당하고 있다. [요미우리신문 촬영/교도 제공]
아베 신조 전 일본 총리의 피격 사망이 한국과 중국에서 일본의 복잡한 유산을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르게 했다고 미국 유력매체 워싱턴포스트(WP)가 9일(현지시간) 평가했다.

아베 전 총리의 피격 소식이 알려진 직후 외국 정상들로부터 애도가 쇄도했고 가장 가까운 일부 국가는 조기 게양 계획까지 발표했다.


윤석열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역시 애도를 표했지만 20세기 초반 군국주의 일본의 잔혹성을 겪은 한국과 중국의 반응은 좀 더 복합적이었다고 WP는 봤다.

WP는 아베 전 총리가 2015년 한국과 위안부 합의를 통해 다수 여성의 명예와 존엄에 깊은 상처를 입힌 문제라고 인정했지만, 이후 일본에서 종종 위안부 강제 모집을 부인하거나 성노예를 반박하는 일이 발생했다는 점에 주목했다.

또 아베 전 총리가 2차 대전 전범이 합사된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한 일 등 일본의 잔학성에 대한 논쟁이 일본의 한국, 중국과 관계를 오랫동안 경색시켰다고 말했다.

WP는 아베 전 총리와 한국의 관계가 중국에 비해 훨씬 더 복잡하다면서, 아베 전 총리는 일본이 한국인을 강제 노동에 사용한 정도를 경시하고 일본의 식민 지배가 한국의 근대화를 도왔다고 시사했다고 지적했다.

반면 한국과 일본은 북한의 핵무장이라는 안보 위협에 대해 유대감을 가진 국가라고도 적었다. 한일 양국이 비록 역사 문제를 놓고 갈등하지만 북핵이라는 협력 지대도 있다는 뜻이다.

WP는 윤 대통령이 일본과 관계 개선을 공언했다면서도, 윤 대통령이 아베 전 총리에 대해 애도를 표했지만 다른 아시아 지도자들보다 몇 시간 늦은 것이라고 말했다.

또 한국은 아베 전 총리의 사망이 일본 내 한국 국적자에 대한 증오범죄를 부추길 가능성에 대해 특히 우려하고 있다고 전했다.

WP는 아베 전 총리가 일본의 수정주의 관점을 증폭시켜 주류로 만든 인물이라며 "아시아 태평양 지역에서 살아남은 희생자들이 그의 갑작스러운 죽음과 그의 유산에 관해 복합적 감정을 느낄 것"이라는 한국의 대북인권단체 전환기정의워킹그룹의 법률 분석관 평가를 전했다.

WP는 중국 역시 시 주석이 오랫동안 일궈온 중국 내 민족주의자들을 소외시키지 않으면서도 일본에 대한 외교적 예의를 유지함으로써 미묘한 균형을 찾아내야 하는 상황에 직면했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아베 전 총리 피격 후 수 시간 동안 중국의 소셜 미디어 이용자 사이에 환호와 조롱이 쇄도했다면서, 저명한 민족주의 인사들조차도 존중을 보여줄 것을 촉구하는 상황이 벌어졌다고 전했다.

시 주석은 아베 전 총리 사망 다음날 조전을 보내고 애도를 표시했는데, 이는 많은 다른 나라들보다 늦은 것이었다.

시 주석은 아베 전 총리가 중일 관계 개선에 노력했다고 평가했는데, 이는 소셜 미디어상 조롱과 대조적일 뿐만 아니라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온라인상 조소에 대해 논평을 피했다고 WP는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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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차영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