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지역 미분양 주택 규모가 2개월 연속 두 배씩 늘어나며 '청약 불패'로 불렸던 서울 신규 분양시장에도 경고등이 켜졌다.
22일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5월 말 기준 서울 전역 미분양 주택은 688가구로 집계됐다. 전월 대비 91.1% 급증한 수치다. 앞서 4월 말 당시에도 서울 미분양 주택은 3월(180가구) 대비 100% 늘어난 360가구를 기록한 바 있다. 올해 1월 말(47가구)과 비교했을 때는 14.64배나 늘어났다.
이는 신규 공급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서울 지역 주택시장 특성을 감안했을 때 이례적인 상황으로 볼 수 있다. 국토교통부 '미분양주택현황보고'에 따르면 서울 지역 연간 미분양 주택은 2014년 1356가구 수준에서 2015년 494가구로 급격히 떨어진 후 100가구 안팎을 유지했다. 부동산시장이 활기를 띠었던 2017년과 2020년에는 각각 45가구와 47가구에 불과했다.
다만 아직까진 과거 부동산시장이 침체했던 시기와 비교하긴 어렵다. 1993년 이후 서울 미분양 주택이 가장 많았던 시기는 'IMF 사태' 직후인 1998년 5588가구였다. 이후 글로벌 금융위기 여파로 부동산시장이 침체했던 2011년과 2012년 당시 각각 3481가구와 3157가구가 뒤를 이었다.
지난달 미분양 물량이 가장 많이 발생했던 단지는 마포구 노고산동에 들어서는 도시형 생활주택인 '빌리브 디 에이블'이었다. 전체 청약 물량 256가구 중 245가구가 청약에 미달하며 95%가 미분양으로 남았다. 뒤를 이어서는 강북구에 소재한 칸타빌 수유팰리스(216가구 중 193가구)와 한화 포레나 미아(285가구 중 139가구) 순이었다.
이들 단지의 공통점은 분양가 상한제(분상제)를 적용받지 않으면서 고분양가 논란이 일었던 곳이다. 일례로 도시형 생활주택으로 분상제를 적용받지 않은 빌리브 디에이블은 전용면적 38㎡와 42㎡ 등 소형 가구로만 구성됐는데 각 분양가는 약 8억5000만원과 9억2000만원 선으로 책정됐다.
해당 단지 분양 관계자는 "'소형 주택을 보유 주택 수에서 제외하겠다'는 정부 정책을 기다린 후 계약하겠다는 수요자가 많기 때문"이라면서 "분양가 문제에 있어선 내부 인테리어나 커뮤니티 시설, 컨시어지 서비스 등을 강남권 수준으로 제공하기에 인근 소형 아파트 시세와 단순 비교하긴 어렵다"고 해명했다.
한편 금리 인상 등에 따른 금융 환경 악화와 집값 고점 부담감 영향으로 부동산 매매시장을 넘어 분양시장에도 관망세가 짙어지며 '똘똘한 한 채' 선호 현상은 뚜렷해지고 있다. 윤지해 부동산R114 수석연구원은 "지난 2년간 청약시장에 이어졌던 과열 분위기가 다소 꺾이면서 최근 소비자들이 분양가를 가장 민감하게 생각하고 있다"면서 "시세 대비 가격적인 매력이 작거나 입지가 떨어지는 단지 등 경쟁 우위 요소가 부족한 단지에 대해 자연스럽게 선별적으로 청약하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문제는 당분간 시장 전망 역시 밝지 않다는 점이다. 주택산업연구원이 발표한 6월 서울 아파트 분양전망지수와 입주전망지수는 전월 대비 10포인트 이상 큰 폭으로 하락했다. 두 지수는 각각 전월 105.0에서 93.0으로, 97.2에서 85.0으로 일제히 추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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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차영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