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소비자물가가 시장 예상을 뛰어 넘어 약 41년 만에 최대폭으로 상승했다. 휘발유 가격 등이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는 등 전방위적 인플레이션이 가속화한 여파다. 미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의 통화긴축 강도도 한층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10일(현지시간) 미 노동부에 따르면 5월 소비자물가지수(CPI)는 전년 동월 대비 8.6% 급등했다. 이는 전월(8.3%)보다 더 오름폭이 커진 것으로 1981년 12월 이후 가장 큰 폭의 상승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 경제학자들이 추산한 전망치 8.3%도 훨 웃돈다.
전월 대비로도 1.0% 급등해 지난 4월 상승폭(0.3%)을 크게 넘어선 것은 물론 시장 전망치(0.7%)도 상회했다.
변동성이 큰 식품과 에너지 가격을 제외한 근원 CPI 역시 전년 동기 대비 6.0%, 전월 대비 0.6% 각각 상승했다.
품목별로는 모든 분야에 걸쳐 급등한 가운데 특히 주거비와 휘발유, 식료품 가격의 상승세가 두드러졌다. CPI 지표에서 약 3분의 1을 차지하는 주거비는 가격은 전년 동기 대비 5.5% 올라 1991년 2월 이후 가장 큰 상승폭을 나타냈다.
에너지는 전년 동월보다 34.6% 치솟아 2005년 9월 이후 가장 크게 올랐다. 이 중 휘발유는 48.7% 폭등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급등세를 이어가고 있는 미국의 전국 평균 휘발유 가격은 이날 기준 4.986달러로 5달러를 목전에 두고 있는 상태다.
식료품 역시 작년보다 11.9% 급등해 1979년 4월 이후 43년 만의 최대폭 상승을 기록했다. 전기료도 12.0%나 올랐다.
특히 이러한 추세는 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에 따른 에너지 및 식량 가격 급등, 중국의 코로나19 봉쇄 조치와 공급망 악화 등으로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CPI 발표 이후 뉴욕증시의 주요지수는 이날 오전장에서 전장 대비 2~3%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미국 10년 만기 국채 금리는 3.114%대 수준으로 치솟았다.
당초 시장에서는 이달 CPI 상승폭이 전월보다 둔화하며 인플레이션이 정점을 찍었다는 정황이 나타나길 기대했으나 오히려 높은 인플레이션이 지속되고 있음이 재확인됐다.
이로 인해 Fed 내에서도 고강도 금리 인상에 힘이 실릴 것으로 전망된다. 이미 Fed는 한번에 기준금리를 0.5%포인트 올리는 이른바 빅스텝을 오는 7월까지 3연속 예고한 상태다. 현 추세라면 오는 9월 이후에도 통화 긴축이 이어질 것이란 관측이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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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진영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