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식량가격 안정화 속 한국 먹거리 물가 '고공행진'

세계식량가격지수 하락 전환에도
가공식품·외식 등 물가 상승 주도
농·축·수산물 가격도 다시 치솟아

▲ 서울 시내 대형 과일 판매대 모습 [사진=연합뉴스]
러시아·우크라이나 사태로 치솟았던 국제 식량 가격 내림세가 뚜렷해졌다. 반면 우리나라 먹거리 물가는 고공행진을 이어가는 중이다. 가공식품은 물론 농·축·수산물 가격이 크게 오르며 전반적인 물가 상승까지 부추기고 있다.

6일 유엔 식량농업기구(FAO)가 내놓은 '2022년 5월 세계식량가격지수'를 보면 지난달 세계식량가격지수는 157.4포인트를 기록하며 2개월 연속 하락했다.

세계식량가격지수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직후인 지난 3월 159.7포인트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한 뒤 내림세로 돌아섰다. 4월에는 158.3포인트로 떨어진 데 이어 지난달에도 전달보다 0.6% 하락했다.


FAO는 24개 품목에 관한 국제가격동향을 조사해 곡물·유지류·육류·유제품·설탕 등 5개 품목 식량가격지수를 매달 집계해 발표한다. 가격지수는 2014~2016년 평균 가격을 '100'으로 잡고 계산한다.


품목별 가격지수는 다소 차이를 보였다. 곡물과 육류는 상승세를 이어갔지만 유지류와 유제품, 설탕 가격지수는 하락했다. 지난달 곡물 가격지수는 지난 4월(169.7포인트)보다 2.2% 뛴 173.4포인트를 기록했다. 육류도 121.4포인트에서 122.0포인트로 0.5% 올랐다.

반면 유지류는 237.5포인트에서 229.3포인트로, 유제품은 146.7포인트에서 141.6포인트로 각각 3.5% 내렸다. 설탕 가격지수는 121.5포인트에서 120.3포인트로 1.1% 떨어졌다.

전 세계적으로 식량 가격 내림세가 이어지고 있지만 국내 밥상물가는 고공행진 중이다. 통계청이 발표한 '2022년 5월 소비자물가동향'을 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는 107.56으로 1년 전보다 5.4%나 뛰었다. 소비자물가지수는 2020년 물가를 100으로 보고 산출한다.

이번 상승 폭은 5.6%를 기록한 2008년 8월 이후 13년 9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치다. 5%대 상승도 5.1%를 보인 2008년 9월 이후 처음이다. 물가 상승률은 지난해 10월 3.2%로 3%대에 진입한 뒤 5개월 연속 3%를 유지하다 올해 3월 들어 4.1%로 뛰었고 4월엔 4.8%로 5%대 진입을 코앞에 뒀었다.

물가 상승을 이끈 건 가공식품을 포함한 공업제품과 외식 등 개인서비스다. 공업제품 가운데 밀가루(26.0%)·식용유(22.7%)·빵(9.1%)을 비롯한 가공식품 물가는 7.6% 치솟았다. 개인서비스도 외식(7.4%)과 외식 외(3.5%) 모두 오르며 5.1% 상승했다. 5.4%를 기록한 2008년 12월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농·축·수산물 가격도 다시 치솟고 있다. 지난 4월 1.9%로 주춤했던 오름폭이 지난달엔 4.2%로 껑충 뛰었다. 축산물은 12.1%, 수산물이 2.7% 각각 오른 탓이다. 어운선 통계청 경제동향통계심의관은 "가공식품 등 공업제품 오름세가 이어지고 농·축·수산물 오름폭도 확대됐다"며 "농·축·수산물과 석유류 등 공급 측면의 물가 상승 요인이 큰 상황"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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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진영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