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타는 푸틴 "국민연금·최저임금 10%씩 인상"

전쟁 후 물가 20년 만에 최고
심상찮은 내부 민심 달래기

▲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25일(현지시간) 모스크바 크렘린궁에서 대통령 국정 자문기구인 \'국가평의회\'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모스크바 로이터 연합뉴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해 치솟는 물가에 대한 국민들의 불만을 달래기 위해 두 자릿수 연금 인상을 꺼내들었다.

파이낸셜타임스(FT) 등은 푸틴 대통령이 26일(현지시간) 국무회의에서 인플레이션으로 인한 어려움을 인정하며 국민연금과 최저임금을 모두 10%씩 인상할 것을 정부에 지시했다고 보도했다. 이에 따라 6월1일부터 연금 수급자의 평균 연금은 1만9360루블(약 41만원)로 인상되고, 최저 생계비도 평균 1만3919루블(약 30만원)로 오른다.


또 푸틴 대통령은 “최저임금을 더 올려 국민 소득이 생활비 수준을 크게 상회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우리의 주요 과제”라며 오는 7월1일부터 최저임금도 10% 인상한 1만5279루블(약 32만원)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 같은 조치는 석 달 넘게 이어지고 있는 전쟁과 고물가로 인해 악화된 내부 민심과 무관하지 않은 것으로 해석된다. 지난 4월 러시아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전년 대비 17.83%로, 2002년 1월 이후 20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서방의 제재와 루블화 가치 하락으로 물가는 수직 상승했다. 식료품과 생활용품 가격이 급격하게 오르면서 러시아 국민들은 두 배 이상 오른 생활비를 감당하고 있다.

푸틴 대통령은 “현재 상황이 쉽지 않다. 올해 누적 인플레이션이 11%를 넘어섰다”면서도 “그러나 이 어려움은 특별군사작전과 연관된 것을 의미하는 것은 전혀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북미·유럽 등 어떤 작전도 수행하지 않는 나라들의 인플레이션도 비슷한 수준이고, 몇몇 이웃 국가들은 오히려 몇 배 높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경제 전문가들은 전쟁이 길어질수록 러시아 내 일자리는 줄어들고 물가는 더 오를 것이라며 러시아 국민의 생활고가 점점 더 심화될 것으로 보고 있다. 올 초에 있었던 연금 인상도 가파른 물가 상승으로 인해 인상 효과를 보지 못했다. 러시아 정부는 올해 국내총생산(GDP)이 최대 8.8%, 러시아 중앙은행은 8~10% 감소할 수 있다는 비관적인 전망을 내놓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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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차영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