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년 주담대 도입 초읽기…대출 시장 '확대' vs 속빈 '강정' 논란

인수위, IMF 권고에 DSR 규제완화 포기…만기 늘려 대출 수요 확대 추진
청년·신혼부부 이자부담 늘어…도입 효과 제한적 지적도

다음 주 출범을 앞둔 윤석열 정부가 만기 50년 초장기 주택담보대출(주담대) 도입을 추진하고 있다. 이는 문재인 정부의 가계부채 관리 강화로 침체된 부동산시장 활성화를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다만, 기존에 완화하기로 했던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는 손보지 않고 대출 만기만 확대하는 만큼, 소득이 적은 청년과 신혼부부의 혜택은 제한적일 것이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5일 금융권에 따르면 대통령직인수위원회와 금융위원회는 오는 10일 윤석열 정부 출범에 맞춰 50년 주담대 출시를 논의하고 있다.

이는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대선 공약이던 DSR 규제 완화의 대안이다. 앞서 인수위는 윤석열 당선인의 대선 공약인 DSR 규제를 완화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국제통화기금(IMF)이 급격한 대출 규제 완화 시 물가 상승과 가계부채 증가가 우려된다며 DSR와 주택담보대출비율(LTV) 유지를 권고하자, 인수위가 이를 받아들인 것이다.


인수위는 50년 주담대 출시가 DSR 규제 완화와 같은 부동산 시장 활성화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대출 만기가 늘어나면 이자 총액이 늘지만 대출 한도는 올라가고 소비자의 원리금 상환 부담도 줄어들기 때문이다.


특히, 청년의 내집 마련 부담을 덜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50년 주담대는 만기가 짧은 주담대보다 연 상환액이 적은 만큼 DSR 비율도 낮춰 대출 한도를 늘릴 수 있다. 이에 더해 DSR 산정 과정에서 청년 소득에 미래소득을 반영하면 DSR 규제의 골격은 훼손하지 않으면서 대출액은 더 키울 수 있다.

주요 시중은행들도 앞다퉈 기존보다 10년 연장된 40년 만기 주담대 상품을 선보이고 있다. 하나은행은 지난 21일부터 대출 취급분부터 주택담보대출 만기를 최장 35년에서 40년으로 늘리기로 했다. 대상 상품은 하나혼합금리모기지론, 하나변동금리모기지론, 하나아파트론, 하나원큐아파트론 등이다. 부산은행은 지난 2월, 대구은행은 지난달에 40년 주담대를 출시했다.

신한은행과 NH농협은행도 주택담보대출 대출기간을 최장 40년으로 확대한다. 신한은행은 6일부터 주담대 만기를 최장 35년에서 40년으로 늘린다. 대상 상품은 신한주택대출, 신한주택대출(아파트), 플러스모기지론이다. 농협은행은 오는 9일부터 주담대 만기를 최장 33년에서 40년으로 확대한다. KB국민은행과 우리은행은 이달 중 주담대 만기를 40년까지 늘릴 계획이다.

다만, DSR 규제 완화 없이 만기를 연장한 주담대가 청년과 신혼부부들에게 관심을 받기 어렵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30살 무주택 청년이 50년짜리 주담대를 받을 경우 80살까지 원리금을 상환해야 하기 때문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대출 만기가 늘어나면 이자 총액이 늘지만 대출 한도는 올라가고 소비자의 원리금 상환 부담도 줄어, 청년과 신혼부부의 대출 한도를 상향하는 효과를 낼 수 있는 것은 맞다"면서도 "저신용자나 소득이 적은 이들은 한도를 더 받으려다가 이자 부담만 크게 늘어날 수 있는 만큼, 청년과 신혼부부가 50년 주담대에 관심을 가질지는 미지수"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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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차영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