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접 전화해 인수위 파견 요청..차기 정부-서울시, 부동산 정책 공조
8·4 부동산 대책 공개 반대한 김성보 실장 등 3∼4명 파견 전망
14일 서울시에 따르면 윤 당선인은 전날 오세훈 시장에게 전화를 걸어 부동산 정책과 관련해 서울시 공무원을 인수위에 보내달라고 말한 것으로 확인됐다.
오 시장은 연합뉴스 통화에서 이같이 전하며 "주택 분야 국장급이 인수위의 실무를 뒷받침하는 전문위원으로 파견될 것 같다"며 "파견 규모는 인수위의 요청에 맞출 것"이라고 말했다.
오 시장은 "국토부 입장이 그간 서울시와 달랐던 만큼 국토부 직원들이 인수위에 오더라도 당선인의 공약과 맥이 다른 생각을 할 수도 있다"며 "이런 점을 고려해 생각이 비슷한 서울시 공무원을 받는 게 낫다고 생각한 것 같다"고 부연했다.
서울시와 인수위 측은 공무원 파견을 위한 실무 논의를 이어가고 있다. 파견자로는 주택 분야를 담당하는 김성보 주택정책실장이 사실상 내정된 것으로 전해졌다.
파견 규모는 국실장급 1명과 과장급 1∼2명을 더해 3∼4명이 될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시 관계자는 "조만간 구체적 인사가 결정될 것"이라며 "확정 발표는 인수위가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 실장은 도시계획과 주택 정책에서 잔뼈가 굵은 인물로 도시정비과장, 공공재생과장, 주거사업기획관, 주택기획관, 주택건축본부장을 거쳐 오 시장이 취임한 이후인 작년 7월 주택정책실장을 맡아 신속통합기획 등 오세훈표 부동산 정책을 총괄해왔다.
김 실장은 서울시장이 공석이던 2020년 8월 4일 정부가 발표한 '8·4 부동산 정책'에 대해 공개적으로 반대 입장을 밝혀 주목을 받았다.
당시 주택건축본부장이었던 김 실장은 정부가 공공재건축 등을 통해 수도권에 13만2천 가구를 공급하겠다고 발표하자 그날 오후 시청에서 별도 브리핑을 열고 "공공재건축은 민간이 참여할 수 있느냐는 실무적인 퀘스쳔(의문)이 있다"며 "애초 서울시는 별로 찬성하지 않은 방식"이라고 단언했다.
이후 논란이 커지자 '사업 자체에 대한 반대가 아닌 보완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제시한 것이었다'며 진화에 나섰지만 시와 정부 간 불협화음을 드러냈다는 점에서 이목이 쏠렸다.
정세균 당시 국무총리는 다음 날 한 매체 인터뷰에서 "국민에게 혼란을 주는 공직자로서 처신이 적절하지 못했다"며 불편한 심경을 드러내기도 했다.
서울시는 이명박 정부 출범 당시에도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 직원 8명(실무위원 포함)을 파견했었다.
서울시의 이번 인수위 참여는 현장 중심의 정책을 통해 주택 공급을 늘려 부동산 시장 안정을 꾀하겠다는 신호로 풀이된다.
그간 윤 당선인과 오 시장은 부동산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재건축 규제 완화 등을 통해 민간 주도 공급을 활성화해야 한다는 데 입장을 같이 해왔다.
윤 당선인은 작년 12월 오 시장과 함께 강북구 미아동 재건축 현장을 찾아 "민주당 정부가 공급을 틀어쥔 것은 시대착오적인 이념에 의한 것"이라며 "주택 시장에 상당한 공급물량이 들어온다는 시그널을 줌으로써 부동산 가격 상승을 잡겠다"고 약속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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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세인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