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속고발권 폐지하나...검찰·변호사·재계, 얽히고 설킨 '이해득실 싸움'

대선을 한 달여 앞두고 법조계에서 공정거래위원회 전속고발권 폐지 논쟁이 다시 불붙고 있다. 대선 주자들이 모두 전속고발권 폐지에 찬성하는 가운데, 변호사 73.9%가 전속고발권 폐지에 찬성한다는 설문조사 결과가 나오면서 폐지 쪽에 힘이 실리는 모양새다.

전속고발권은 공정거래법 위반 사항에 대해서는 공정위만 검찰에 고발할 수 있도록 한 제도다. 고발이 남용되면 기업활동이 위축된다는 우려에서 생겼지만, 공정위가 불법행위를 저지른 기업에 미온적이라는 비판이 제기되며 폐지 논란이 제기됐다.

하지만 논란의 본질은 공정위와 검찰의 밥그릇 싸움이면서 동시에 공정경제와 검찰개혁 이슈가 맞물려 향후 뜨거운 감자로 떠오를 전망이다. 사건의 주체인 재계와 변호사 업계 또한 이해득실이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다.


8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한변호사협회가 최근 2차례에 걸쳐 전국 변호사를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진행한 결과 변호사 10명 중 7명이 공정위 전속고발권 폐지에 찬성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폐지 찬성 이유로는 △전속고발권 독점의 부당성 △조사 시 자백이나 협조를 강요하는 등 '권한의 남용' △정경유착 가능성 △공정위 출신 변호사에 대한 전관예우 우려 등이 꼽혔다.

변협은 이날 '공정거래위원회 개혁방안 모색 토론회'를 개최하고 이 같은 결과를 발표했다. 발제자 조순열 변호사(법무법인 문무)는 "공정위의 권한은 지나치게 집중되어 있어 '재계의 저승사자' '독점적 슈퍼 갑' '경제 검찰' '경찰+검찰+1심 법원'이라 불리고 있다"며 "공정거래 사건을 2심제로 하는 것은 기업들의 재판받을 권리를 제한하는 것"이라며 강도 높게 비판했다.


그러나 한 재계 관계자는 "변호사와 로펌 입장에서는 당연히 다룰 수 있는 소송 범위가 확대되니까 공정위 전속고발권 폐지를 주장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전속고발권 폐지 이슈가 대선 정국에 다시 떠오르면서 대선 주자들은 모두 전속고발권 폐지를 강하게 주장하고 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는 이날 축사를 통해 "공정위가 기업 봐주기를 하고 있다는 비판이 끊이지 않고 있는데도 전속고발권 폐지가 국회 상임위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다"고 했고,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는 과거 "전속고발권 폐지 문제는 공정한 경제질서 달성을 위해 반드시 필요하다"고 밝혔다. 안철수, 심상정 대선 후보도 전속고발권 폐지 입장이다.


하지만 재계뿐 아니라 경제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전속고발권 폐지를 두고 경쟁사 간의 무분별한 고발, 경영활동 위축 등 우려를 내놓는다. 특히 대응 여력이 있는 대기업과 달리 검찰 수사 등에 취약한 중소기업은 타격이 클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한국경영자총협회 관계자는 "전속고발권이 폐지돼서 검찰이 공정거래 사건에 전면적으로 나서게 된다면 사업자들의 형사처벌에 대한 불안이 커져서 시장 불안을 초래할 수 있다"며 "선별적으로 검찰 조사가 이뤄지는 것이 경제 전반에 미치는 영향에서 합리적일 것"이라고 우려했다.

한 재계 관계자는 "전속고발권이 없어지면 검찰과 공정위가 같이 조사하는 등 중복으로 기업들이 괴롭힘을 당할 수가 있다"며 "공정위는 순수하게 공정거래 사건만 조사하지만, 검찰은 별건 조사, 먼지떨이식 조사를 할 수 있어 지금 상태에서는 시기상조"라고 말했다.

학계 한 인사는 "대기업과 달리 중소기업은 법무팀이 없는 곳도 허다해 고발이나 소송이 들어오면 경영을 제대로 하기 어려워진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중소기업계에선 지난해 소송대응능력이 있는 자산총액 5조원 이상 공시대상기업집단에 대해서만 전속고발권을 폐지할 것을 제안하기도 했다.


전속고발권을 둘러싼 공정위와 검찰의 신경전은 꽤 오래 전부터 이어져 오고 있다. 전속고발권 폐지는 참여정부 인수위원회 때도 추진된 바 있고, 문재인 대통령 공약이기도 했다. 하지만 사내 변호사들은 전속고발권 폐지 여부에 따라 기업경영 활동이나 법무대응 등 실무 프로세스가 좌우되는데 매번 논의가 정치논리와 업계 밥그릇 싸움으로 이어졌다고 비판했다.

한 사내 변호사는 "전속고발권 폐지는 결국 '검찰권의 강화'로 이어진다"며 "이번 정부에서 전속고발권 폐지를 강하게 밀어붙이다가 검경 수사권을 조정하면서 검찰 힘을 쫙 빼놨는데 다시 수사 권한을 줄 수가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기업이나 법무팀 입장에서는 누구를 상대로 대응해야 하는지, 어떻게 조사 프로세스를 진행해야 하는지 등 굉장히 중요한 부분"이라며 "조사 효율화나 공정경제 등 차원에서 얘기해야 하는데 정치논리와 밥그릇 싸움으로 흘러가고 있어 상당히 아쉽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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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차영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