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나미 피해 우려 없다'고 했다가 닥치고 나서 특보 발령
전문가 "원거리 발생 쓰나미, 정확한 예측 매우 어려워"
NHK와 교도통신 등에 따르면 일본 기상청은 통가 제도의 화산섬에서 대규모 분화가 일어난 것과 관련한 쓰나미 경보·주의보를 16일 0시 15분(이하 한국시간) 발표했다.
분화가 발생한 시간이 전날 오후 1시경이었으므로 그 후로 11시간여 만에 쓰나미 경보를 내린 것이다.
빈발하는 해저 지진으로 항상 쓰나미 위험을 안고 사는 섬나라인 일본은 2011년 3월 쓰나미로 엄청난 피해를 본 동일본대지진을 계기로 대응 체제를 고도화해 왔다.
일본 기상청은 통상적으로 일본 열도에 영향을 미칠 지진이나 분화가 발생하면 관측 장비를 총동원해 수집한 데이터 분석을 통해 수분 이내에 쓰나미가 닥칠지 판단해 특보를 발령한다.
그러나 일본 기상청은 일본 열도에서 약 8천㎞ 떨어진 통가에서 시작된 이번 쓰나미에 대해서는 허점을 그대로 드러냈다.
이번 분화로 통가에선 최고 80㎝의 쓰나미가 관측됐다.
일본 기상청은 이를 근거로 15일 오후 7시 넘어 약간의 조위(潮位·해수면 높이) 변화가 있을지 모르지만 일본 열도에는 쓰나미 우려가 없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그로부터 5시간여 만인 16일 0시 15분 가고시마(鹿兒島)현의 아마미(奄美)군도와 도카라 열도 등에 쓰나미 경보를 발령하고, 이와테(岩手)현에 발효했던 주의보를 오전 2시 54분 경보로 끌어올리는 등 뒷북 대응을 했다.
일본 기상청이 특보를 내놓은 시간은 오가사와라(小笠原)제도 중부에 있는 지치지마(父島) 섬에 90㎝의 쓰나미가 관측된 시간(오후 10시 52분)보다도 한 참 후였다.
일본 열도에 쓰나미가 닥칠 것을 예상하지 못한 채 쓰나미를 맞는 상황이 빚어진 것이다.
일본 기상청은 최고 3m의 쓰나미가 닥칠 것으로 예상했으나 실제 관측된 것은 아마미군도 고미나토(小湊)의 1m20㎝로, 뒤늦게 예측한 것과 실제 관측치 사이에도 상당한 오차가 발생했다.
일본 기상청은 시속 약 800㎞로 밀려온 것으로 추정되는 이번 쓰나미 경로를 제대로 분석하지 못한 것에 대해 통상적인 해저지진으로 발생하는 것과 다른 양태의 쓰나미였다고 해명했다.
일반적으로 쓰나미는 지진에 의한 지각변동으로 생기는데, 이번 쓰나미는 지진이 없는 상태에서 해저화산 분화로 생긴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일본 기상청은 애초 쓰나미 우려가 없다고 공지한 것은 통가와 일본 사이의 관측점에서 관측되지 않았기 때문이라며 이번 분화가 일본 해수면 높이의 변화에 큰 영향을 준 정확한 원인을 분석 중이라고 밝혔다.
일본 기상청에 따르면 쓰나미가 닥치기 전인 15일 오후 8∼9시를 넘어 일본 열도 각지에서 2hPa(헥토파스칼) 정도의 기압변화가 일제히 관측됐다.
이마무라 후미히코(今村文彦) 도호쿠(東北)대학 교수(쓰나미공학)는 요미우리신문에 이 점을 근거로 대규모 분화에 따른 충격파로 생긴 파도가 모이는 형태로 일본 부근에서 쓰나미가 된 것으로 분석했다.
이마무라 교수에 따르면 지진 등으로 해저 지형이 바뀌어 발생하는 통상의 쓰나미에선 해수면이 10분에서 1시간 정도의 완만한 주기로 위아래로 출렁이고, 먼 곳에서 닥쳐오는 쓰나미일수록 이 주기가 길어지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이번에 닥친 쓰나미는 수분 정도의 주기로 해수면이 상하로 움직이는 형태여서 화산 분화에 수반되는 해저지형 변동이나 분출물의 해면 낙하 충격으로 발생한 쓰나미는 아닌 것으로 판단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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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세인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