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닥 시총 지각변동] 무너지는 '바이오 천하' 배터리·게임주 턱밑 추격

작년말 시총 1~5위 제약·바이오 싹쓸이
최근엔 2차전지·게임주 약진 2~4위 꿰차
셀트리온헬스-에코프로비엠 1조3천억 차이
바이오 밸류에이션 지나친 저평가 지적도

수년간 제약·바이오 업종이 지배했던 코스닥 시장에서 지각변동이 나타나고 있다. 2010년대 후반부터 코스닥 시장을 주도하며 2020년에는 시가총액 상위권을 휩쓸었던 제약·바이오 업종이 2차 전지와 게임 업종에 자리를 내준 것뿐만 아니라 시총 1위 자리도 넘어갈 분위기다.

13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닥 시총 1위인 셀트리온헬스케어의 시총은 12조6193억원, 2위인 에코프로비엠의 시총은 11조2556억원으로 두 종목의 시총 차이가 1조3637억원으로 줄었다.

에코프로비엠이 코스닥 시총 2위로 오른 지난 8월 3일 셀트리온헬스케어의 시총이 17조6690억원, 에코프로비엠이 6조4180억원으로 2배 이상 격차가 있었으나 약 4개월 만에 1조원대로 줄어들었다.

올해 상반기까지 박스권 흐름에서 등락을 거듭했던 에코프로비엠은 지난 6월부터 상승하기 시작해 7월 중순부터 급등세를 보이며 매월 셀트리온헬스케어와의 시총 격차를 좁혀왔다.


반면 셀트리온헬스케어는 2021년 초 코로나19 백신 본격 보급에 따라 제약·바이오 업종 전반에 대한 기대심리가 한풀 꺾이며 5월 전까지 급격한 하락세를 보인 바 있다. 여기에 그치지 않고 지난 10월 들어서는 추가 조정을 겪으며 지난 1월 11일 종가 기준 17만3000원까지 올랐던 주가가 12월 10일 8만2500원으로 52.21% 떨어졌다.

코스닥 시총 1위와 2위의 격차가 좁혀진 것뿐만 아니라 시총 순위에도 변화가 생겼다. 지난 2020년 말까지만 해도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에 따른 진단키트, 백신, 치료제 등에 대한 기대감으로 바이오·제약 관련 종목들이 시총 상위권을 휩쓸었으나 최근 들어서는 다른 종목들에 자리를 내줬다.지난 2020년 12월 30일 코스닥 시총 5위 안에는 모두 제약·바이오 관련주들이 자리를 차지했다. 셀트리온헬스케어를 필두로 셀트리온제약, 씨젠, 알테오젠, 에이치엘비 등이 상위권을 기록했다. 그러나 최근에는 셀트리온헬스케어를 제외하고 2차 전지(에코프로비엠 및 엘앤에프), 게임(펄어비스·카카오게임즈) 등이 자리를 대신했다. 


2차 전지의 경우 전기차 판매 증가와 함께 글로벌 배터리 시장 규모가 향후 연평균 25% 성장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가운데 국내 기업의 성장성이 주목받는 모습이다. 여기에 증설을 통한 생산능력 확대 계획까지 발표하면서 성장 기대감을 더 키웠다.

게임 업종은 메타버스와 '대체 불가 토큰(NFT)' 기대감으로 주가가 급등하며 시총 상위권으로 도약하는 데 성공했다. 펄어비스의 경우 지난 2020년 12월 말 코스닥 시총 9위였으나 약 1년 만인 2021년 12월 10일 3위로 뛰어올랐고 카카오게임즈는 같은 기간 8위에서 5위로 상승했다.

허혜민 키움증권 연구원은 "시총 최상위 업체 구성이 바이오 업종 위주에서 2차 전지 및 반도체 소재, 게임, 미디어 업종 등으로 다양해지고 있다"며 "바이오 업종 위주에서 성장성이 부각되는 신규 업종 비중이 늘어나는 점은 투자자 입장에서 코스닥 시장에 대한 매력도와 안정성을 높일 수 있는 요소로 작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2차 전지를 비롯해 메타버스, NFT 산업 성장으로 관련 종목에 대한 전망도 여전히 밝은 상황이지만 제약·바이오 종목들이 다시 반등에 성공해 코스닥 시장을 주도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하인환 KB증권 연구원은 "현재 바이오 업종의 밸류에이션은 지난 2014년 상반기와 2020년 3월 수준만큼 낮아졌다"며 "2014년은 코스닥에서 바이오 업종이 주도적인 역할을 하게 된 기점인데 현재는 지난 7년간 형성됐던 기대감이 모두 빠진 상태이고 2020년 3월은 코스피가 1400선까지 낮아졌던 시기로 현재는 코스닥 바이오 업종의 밸류에이션이 지나치게 낮은 수준"이라고 말했다.

<저작권자 ⓒ 매일한국,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박진영 기자 다른기사보기